본격적으로 휴가철이 시작된 지난달 25일 부산 송정 해수욕장 한쪽 구석엔 아침부터 수십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사람들이 모인 쪽 해변 백사장 위엔 길이 2m가 넘는 서프보드 수백 개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사람들은 안전교육을 받고 준비운동을 한 뒤 서프보드를 하나씩 옆구리에 끼고 바다로 첨벙첨벙 뛰어들어갔다. 서핑을 배우려는 강습생 80여 명은 바다에 동동 떠다니면서 차례를 기다렸다. 파도가 칠 때마다 서퍼들이 한둘씩 보드에 올라서서 파도와 함께 매끄럽게 뭍으로 쓸려 나왔다.
서핑이 유행하면서 상대적으로 인기 없던 해수욕장들이 북적이고 있다. 특히 부산의 송정과 다대포 해수욕장, 강원 양양 해변으로 서퍼들이 몰린다. 부산 해수욕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운대와 광안리가 가장 인기 있었지만 최근에는 송정과 다대포 해수욕장을 찾는 사람이 늘어났다. 해운대에서 자동차로 30분 떨어져 다소 한적한 송정 해수욕장은 일부를 아예 서핑 전용 구간으로 지정했다. 해수욕 구간과 서핑 구간을 부표와 끈으로 구분하는데 지난해엔 해상 길이 60m였던 서핑 구간이 올해 80m로 늘어났다. 서핑 장비를 빌려주고 강습을 하는 서핑숍도 지난 2013년 4곳뿐이었지만 올해는 14곳으로 늘었다. 송정 해수욕장에서 게스트하우스도 갖추고 있는 서핑숍 '바루서프 송정'의 대표 배병홍씨는 "주말에는 서핑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바다에 빈틈이 없을 지경"이라며 "서핑을 배우려고 몇 달 동안 머무르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부산 서쪽 끝 한적한 다대포 해수욕장도 요즘 뜨는 서핑 비치다. 서핑이 유행하기 전인 2013년 한 해 2500여 명이었던 다대포 해수욕장 관광객이 지난해엔 4300여 명으로 늘었다. 이곳은 송정 해수욕장과 달리 해수욕 구간이 정해져 있고 나머지 공간에선 자유롭게 서핑을 할 수 있다. 송정 해수욕장이 서핑 초보자들에게 알맞은 바다인 데 반해 다대포는 여름철 파도가 최대 3m까지 높아진다. 서핑을 할 수 있을 만한 파도가 치는 구간이 1㎞ 정도로 넓은 점도 외국에 견줄 만한 수준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서퍼들이 가장 많이 몰린다는 양양은 요 몇 년 사이 해변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민박집만 몇 곳 있었던 죽도 해변에는 각종 커피전문점과 음식점, 펜션 등이 생겨났다. 서핑숍도 3년 전 20곳 미만에서 40곳 가까이 늘었다. 한 서퍼는 "허허벌판이었던 해수욕장에 서울 가로수길을 옮겨놓은 느낌"이라고 했다. 양양군에선 지난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20억원을 들여 캠핑장을 만들었다. 양양에서 8년째 서핑숍을 운영하고 있는 김진수씨는 "양양은 해변이 길고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이 적기 때문에 서핑을 즐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라며 "늦여름에서 가을까지는 파도가 높게 올라와 인터넷 동영상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외국 서퍼들처럼 서핑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