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체조선수의 다소 우람한 체구를 둘러싸고 '체조 선수 몸매' 논란이 벌어졌다.

멕시코의 알렉사 모레노(22)는 지난 7일(현지 시각) 허리 살이 두세 겹 겹치는 동글동글한 체형으로 리우 기계체조장에 나타나 여자 개인종합 예선전을 치렀다. 체지방률 0%에 가까워 보이는 마른 체형의 경쟁자들과는 확연히 비교되는 몸매였다. 모레노는 이날 출전 선수 59명 가운데 31위를 차지하면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후 인터넷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모레노의 경기가 끝나자 트위터 등 SNS에는 "몸무게가 웬만한 체조선수 몸무게의 2배일 것"이라는 등의 악의적인 글이 올라왔다. 어떤 사람들은 "체조 선수가 아니라 핫도그 먹기 대회 선수 아니냐"고 조롱했고, 뚱뚱한 돼지 사진을 올리고 '모레노 사진 독점 공개'와 같은 악플도 달았다.

멕시코의 알렉사 모레노가 지난 7일 리우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평균대 경기에 나선 모습. 깡마른 다른 여자 체조선수들에 비해 살집이 있는 그의 몸매를 두고 ‘뚱뚱하다’ ‘아니다’ 논란이 벌어졌다.

[멕시코는 어떤 나라?]

이러한 막말이 계속되자 반대편에서 "모레노는 충분히 기량을 보여줬다"며 "집 소파에 앉아서 남의 몸을 비난하는 사람보다 모레노가 훨씬 더 위대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모레노의 키는 147㎝이고, 몸무게는 45㎏이다. 이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말라야만 체조선수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거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었다. "체조 선수는 무조건 말라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45㎏의 여자 체조 선수가 돼지에 비교되며 뚱뚱하다는 비난에 처했다"며 모레노에게 쏟아진 악플들을 반박하는 주장을 소개했고, 인디펜던트도 '체조선수 모레노에게 쏟아진 몸매 혹평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모레노를 비난하던 악플들이 비판을 받고 삭제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60㎏은 가뿐히 넘을 것 같다"며 공식 홈페이지의 몸무게가 사실과 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레노의 몸매에 대한 악의적인 공격에 반대하면서도 "체조선수라면 체중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많았다. 체중이 체조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도 체조 경기에서 체중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데 동의했다. 조성동 전 국가대표 남자체조 감독은 "몸에 지방이 붙으면 민첩성이 약해져 경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다들 비슷한 체형을 갖고 있는 건 그 체형이 해당 종목을 소화하는 데 가장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명진 전 여자체조 경기력강화위원장은 "회전 후 착지 동작이 많은 체조에서 체중이 많이 나가면 무릎과 허리 부상 가능성이 커진다"며 "체조에서 체중 조절은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다만 체중보다 더 중요한 건 신체 밸런스라며 단순하게 체중을 비교하는 건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체대 전혜령 교수는 "여자 체조도 근력을 키워 고난도 기술에 도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큰 골격을 타고나 탄탄한 근육을 갖춘 선수라면 체중이 좀 더 나가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