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뜸 시술로 유명한 구당(灸堂) 김남수(101)씨가 교육 시설을 만들어 일반인에게 침·뜸 시술을 가르쳐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김씨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모두 침·뜸 시술 교육을 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은 2011년 김씨가 인터넷을 통해 침·뜸 시술 방법을 교육하는 것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김씨가 만든 한국정통침구학회가 "일반인 대상으로 침·뜸 시술을 가르치는 평생교육시설에 대한 신고를 반려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 동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김씨는 1943년 침을 놓을 수 있는 '침사(鍼士)' 자격을 얻었지만, 뜸을 놓는 '구사(灸士)' 자격은 갖고 있지 않아 '무자격 의료' 논란이 일었다. 침사와 구사는 일본강점기부터 운영된 자격 제도인데 1962년 의료법 개정으로 한의사 제도가 신설되면서 사라졌다. 검찰은 2008년 김씨의 뜸 시술을 불법 의료 행위로 보고 기소유예 처분했다. 김씨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고, 헌재는 2011년 "침사로서 수십년간 침·뜸 시술을 한 행위는 법질서나 사회윤리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데도, 검찰이 제대로 판단하지 않은 것은 평등권고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씨는 2012년 일반인 대상 침·뜸 교육을 위해 서울 동대문구에 '정통침뜸평생교육원'을 만들고, 2012년 12월 서울 동부교육지원청에 평생교육시설 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동부교육지원청은 "침·뜸 교육은 대학의 정규 의료 관련 교육 과정으로 평생교육법 취지와 맞지 않다"며 신고를 반려했다.
김씨는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1·2심에서 패소했다. 1·2심은 "침·뜸 행위는 원칙적으로 면허 또는 자격 있는 의료인에 의해 행해져야 하며, 대학 정규 교육 과정에서 가르쳐야 한다"며 "교육 과정 등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평생교육시설 교습 과정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강사들도 한의사 자격이 없어 임상·실습 수업 과정에 무면허 의료 행위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막연한 우려로 침·뜸에 대한 교육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라며 "종래 민간에서 널리 전수되고 시행되어 온 침·뜸 관련 지식을 배우는 것 자체가 평생교육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인체와 질병에 관한 지식을 학습할 기회를 갖는 것은 행복 추구를 위한 국민의 기본권에 속하므로 별도 입법 조치가 없는 한 이를 제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입력 2016.08.10. 15:03업데이트 2016.08.1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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