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의 서점 기노쿠니야 서점(紀伊國屋書店)에서 매달 발표한 베스트셀러를 정리했다. 노력하지 말라는 내용의 책과 노력을 북돋아 주는 책이 동시에 베스트셀러였던 것이 눈에 띈다. 또한 우리에겐 망언을 서슴지 않는 보수인사와 작가의 소설이 일본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8월 베스트셀러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사람이 정말 인생은 한 우물을 파기보다 여러 우물을 파보아야한다고 조언하는 책이다.

'99%의 회사는 필요 없다' 저자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44)는 "툭 털어버리고, 자신을 위해 살아가라"고 충고한다. 그는 도쿄대 재학 중 벤처사업을 시작해 만 30세에 인터넷 기업 라이브도어 CEO가 됐다. 프로야구 구단과 후지TV를 인수하려다 마지막 순간 관둔 적도 있다. 2005년 자민당 공천을 받아 총선에 나갔다가 낙선했다. 그 뒤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2년간 옥살이를 했는데, 기가 죽긴커녕 수감 중에 베스트셀러를 썼다.

이번 책에서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매이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라'는 것이다. 고도성장 시대엔 '회사가 성장하면 나도 성장한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이제 그런 세상은 갔다. 한 우물 파는 대신, 파고 싶은 우물을 잔뜩 파보라는 게 그의 충고다. ▶기사 더보기

일본 개그맨 마타요시 나오키(又吉直樹)는 초췌한 장발이다. 어수룩한데 자세히 보면 섬세한 미남이고 엄청난 독서가다. 이 사람이 작년에 첫 중편소설 '불꽃'을 써서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芥川)상을 받았다. 상만 탄 게 아니라 책 자체도 200만 부 넘게 나갔다.

그가 쓴 책 '밤을 뛰어넘다'가 이번 달 일본 베스트셀러다. 자신이 왜 책을 읽는지, 어떻게 소설을 쓰게 됐는지 쉬운 말로 조근조근 풀어나간다. ▶기사 더보기

6월에는 아베 총리를 떠받치는 우익 단체 '일본회의'를 샅샅이 해부한 책 '일본회의 연구'가 베스트셀러였다. 아베 내각 주요 각료 19명 중 15명이 일본회의 멤버다. 일본회의는 1997년에 생겼다. 회원이 3만8000명이다. 그중엔 현역 국회의원도 281명 끼어 있다.

우익 엘리트들이 상명하복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이라고 보면 오해다. 오히려 지방에 사는 '애국 아저씨·아줌마'들이 자발적으로 뭉친 일종의 '상향식 풀뿌리 우익 운동'에 가깝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기사 더보기

'노력하면 된다'는 말이 때론 폭력적일 수 있다. 인생에는 노력으로 안 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5월 베스트셀러 '말해선 안 되는 너무 잔혹한 진실'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수많은 논문을 근거로 대며 '인간에게는 뒤집을 수 없는 격차가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보기엔 지능의 70~80%를 유전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게 엄연한 과학적 사실이다. 그런데도 교육 시스템과 취업 시스템은 그런 사실을 무시하고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전제 아래 굴러간다고 지적한다. 성적뿐 아니라 미모에도 타고난 격차가 엄존하며 그건 결코 극복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기사 더보기

4월에는 201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유엔 정상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사람들을 제일 많이 감동시킨 건 호세 무히카(80) 당시 우루과이 대통령의 얘기였다.

무히카는 젊은 날 도시 게릴라로 무장 투쟁을 했던 좌파 대통령이다. 하지만 이념을 넘어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그의 말에 공감하고 그의 인생에 고개 숙였다. 올해 3월,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기 전까지 그는 대통령궁을 노숙자에 내주고 자신은 원래 살던 허름한 농가에서 계속 지냈다. 그의 삶과 연설을 담은 책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의 스피치'가 일본에서 잔잔한 선풍을 일으켰다. ▶기사 더보기

햐쿠타 나오키(百田 樹·60)는 쉰 살 때 2차대전 말기 자살 특공대를 미화한 소설 '영원의 제로'를 써서 유명해졌다. '개구리의 낙원'은 그가 "'영원의 제로'를 뛰어넘는 나의 대표작" 이라고 자부하면서 낸 신작이다.

햐쿠타는 아마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떠오르고 북한이 핵미사일을 쏘는 마당에 일본만 미국을 믿고 '평화헌법'을 지키며 넋 놓고 있어선 안 된다는 얘기를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은 것 같다. 그는 "이 작품을 쓰려고 작가가 됐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의 언행과 이념에 염증을 느낀다는 지식인이 일본에도 적지 않다. 하지만 팔린다. 쓰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다. 기사 더보기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慎太郞)는 올해 여든넷이다. 젊어선 소설가로 날렸고 나이 들어선 13년간 도쿄도지사를 지냈다. 한국인에게 그는 '망언 제조기'지만, 일본 보수 세력에게는 나라를 걱정하는 원로다.

'천재'는 이시하라가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栄·1918~1993) 전 총리의 일대기를 일인칭으로 쓴 소설이다. 다나카는 고도성장기에 불도저처럼 대형 개발 사업을 밀어붙였다. 저우언라이와 만나 중·일 수교를 성공시켰다. 그는 "정치는 곧 머릿수고, 머릿수는 곧 힘이며, 힘은 곧 돈"이라고 말했다. 이시하라는 젊은 날 그런 다나카를 신랄하게 비판했지만, 지금은 다나카가 천재였다고 재평가한다. ▶기사 더보기

'그날'은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32)라는 젊은 과학자의 회고록이다. 오보카타는 2014년 1월까지 일본 과학계의 아이돌 스타였다. 간단한 조작으로 일반 세포를 모든 장기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노벨상 1순위' 소리가 나왔다. 심지어 미모였다. 그런데 가짜였다. 불과 40일 만에 논문 전체가 거짓말 덩어리로 판명됐다.

저자는 "마음으로부터 반성하고 부끄러워하면서 썼다"고 적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난 사람 중에는 '정말 반성한 게 맞느냐'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많다. 월말이 다 돼서(1월 28일) 책방에 풀린 책이 1월 한 달 전체를 통틀어 제일 많이 팔린 책 2위에 올라갔다. ▶기사 더보기

마쓰오카 슈조(松岡修造·48)는 일본의 테니스 영웅이다. 현역 시절 '반골(反骨) 도련님'이라 불렸다. 철도 재벌의 손자로 태어나 어려서 테니스를 시작했지만 공부도 테니스도 형이 훨씬 잘하고 마쓰오카는 형편없었다. 그는 재능 부족을 연습으로 극복했다. 말리는 부모를 뒤로하고 열여덟 살 때 혼자 미국에 건너가 프로가 됐다.

'슈조의 달력' 시리즈는 날짜 옆에 슈조의 명언을 적어넣은 '자기계발 캘린더'다. "100번 때리면 무너지는 벽이 있다고 치자. 그렇지만 모두들 몇 번 때리면 무너질지 모르니까 90번까지 두드리고 포기한다." "승부는 작은 문제다. 중요한 건 진심이었냐다." 2016년 새해의 시작, 불끈 힘내고 싶은 수많은 보통 사람이 슈조의 달력을 집어들었다.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