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양궁 선수들은 거의 흠 잡을 데가 없었다."(USA투데이) "무자비한(ruthless) 한국 양궁이 미국의 도전을 짓밟고 4년 만에 양궁 질서를 바로잡았다."(로이터)
외신들은 한국 남자 양궁 대표팀이 완벽하게 미국을 제압하며 금메달을 거머쥐자 이런 보도를 쏟아냈다.
한국 남자 대표팀은 8강전(네덜란드), 준결승(호주)에 이어 미국과 벌인 결승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세트 승점 6대0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한국 남자 대표팀은 3경기 동안 총 54발을 쏘면서 '실수발'로 여겨지는 8점을 단 한 발만 쐈다. 한국 선수들의 화살이 10점 과녁에 수없이 꽂히자 흔들린 상대팀은 스스로 무너졌다.
한국 여자 양궁은 무적의 팀이지만, 남자 양궁은 올림픽 같은 큰 대회에서 흔들리는 적도 있었다.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지난 2012년 런던 대회까지 4회 연속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전무는 "역대 남자 대표팀 중 최강의 조합"이라고 했다.
두 팀이 번갈아 60초 이내에 3발씩 쏘는 단체전은 개인 기량뿐 아니라 치밀한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출전 선수 특성에 따라 선수 3명이 쏘는 순서가 승부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시간제한이 있기 때문에 1번 궁사는 슈팅 타이밍이 과감하고 빨라야 한다. 2번은 동료가 실수를 해도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자기 기량을 유지하는 선수가 제격이며, 3번은 중요할 때 '한 방'을 터뜨리는 승부사 기질이 요구된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김우진이 가장 먼저 활을 쐈고, 구본찬과 이승윤이 차례로 사대에 섰다.
김우진은 거침없이 활을 당기는 '속사포'이다. 20대 초반 나이지만 고교 때부터 대표팀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국제 대회 경험도 풍부하다. 2번 궁사인 구본찬은 대표팀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할 정도로 성격이 밝고 낙천적이다. 앞에서 잘 쏘면 그 분위기를 잘 이어주고, 실수하면 거기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활을 쏘는 데 능하다. 구본찬은 세 경기에서 강한 허리 역할을 제대로 했다. 구본찬은 2012년 런던올림픽 준결승에서 패배를 안겼던 미국과의 결승에서 화살 6개를 모두 10점 과녁에 명중시켰다.
이승윤은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배짱이 좋다. 슈팅 감각이 뛰어나고 기술적으로도 안정되어 있어 큰 실수가 적다. 특히 수세에 몰렸을 때 강한 압박감 속에서도 '한 방(10점)'을 날리는 승부사 기질이 김우진·구본찬보다 낫다는 얘기를 듣는다.
이들은 하루 600발을 쏘는 강훈련을 견디며 훈련했다. 손바닥엔 굳은살과 물집이 잡혔고, 힘을 많이 쓰는 오른손 검지는 뒤틀려 있다. 그런 혹독한 훈련을 견뎌내며 환상적 조합의 우승 확률을 높였다.
4년 전 런던에서의 승리를 떠올리며 야심 차게 도전장을 내민 미국 선수들은 경기 후 우리 대표팀에 다가와 존경심을 표했다. 미국 대표 선수인 제이슨 카민스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고 패배를 자인했고, 에이스인 브래디 엘리슨은 "만약 세트제 승부에도 세계기록이 존재한다면 오늘 한국이 우리를 상대로 기록한 점수일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결승전에서 총 18발 중 15발을 10점 과녁에 명중시키며 177점을 쐈다. 2세트 첫 세 발에서 27―28로 뒤진 미국이 나머지 세 발에 10점을 쏘며 대항했지만, 똑같이 10점 3방으로 응수하면서 기세를 꺾은 게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미국 역시 170점으로 높은 점수였지만, 한국 궁사들의 퍼펙트 행진을 넘어서기엔 역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