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충현복지관에서‘결혼 코칭’수업을 듣는 지적장애인들이 요리 실습을 받으면서 햄과 당근 등 재료를 다듬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의 충현복지관 강당에서 지적장애인 이민용(35)씨가 심각한 표정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아기랑 같이 살려고 집을 그렸어요. 이건 나무·꽃이에요. 예쁜 걸 보여주고 싶어요. 같이 타고 여행 가려고 자동차도 그렸어요."

다른 지적장애인 정경화(여·42)씨가 "아기가 어른이 되면 뭘 해줘야 될지 잘 모르겠다"고 하자, 옆에 있던 이씨는 "성인이 되면 취업을 하게 해주고, 결혼 자금도 만들어 줘야지"라고 했다.

이들은 충현복지관이 운영 중인 '결혼 코칭 프로그램'의 수강생이다. 이 복지관은 작년에 전국 최초로 지능 지수(IQ)가 70 이하인 지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결혼 교육 과정을 만들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적장애인들의 혼인율은 17.7%에 불과하다. 충현복지관 데이트코칭센터 조선영 실장은 "지적장애인의 결혼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장애인 본인들은 결혼해서 조금이라도 더 안정된 삶을 꾸리길 희망한다"며 "장애인들이 결혼 생활을 할 때 도움되도록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결혼 코칭 프로그램을 통해 지적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상견례 같은 결혼의 준비 과정부터 부부의 성(性)과 집안일 실습, 경조사 챙기기, 육아 노하우 등 결혼 생활 전반의 세세한 부분까지 배운다. 프로그램은 한 번에 4시간씩 25회 동안 진행된다. 학습이 더딘 지적장애인들을 위해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가르친다. 지난해 5명으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올해 지원자가 58명으로 늘었다. 충현복지관의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정착하자 '어떻게 하면 우리도 할 수 있느냐'는 다른 복지관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장애인 가족들은 수업을 받는 자체만으로도 일상이 달라진다고 했다. 이강용(37·지적장애 3급)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최근 고등학교 동창들이 모인 단톡방에도 가입하고 동창회에도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놈이 결혼할 거라는 생각을 못 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며느리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