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에 사는 회사원 김현수(35)씨는 여섯 살 아들과 놀아주는 아르바이트 대학생을 한 달에 서너 차례 부르고 있다. 김씨는 주말 출근이 잦고, 김씨 아내는 둘째를 임신한 상태여서 아들과 놀아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대학생은 한창 활동량이 많은 김씨 아들과 두세 시간씩 집 주변에서 자전거 타기와 공놀이, 숨바꼭질 등을 하며 뛰어논다. 김씨는 "매일 심심해하며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 있던 아들이 뻘뻘 땀을 흘리고 들어와 곤히 자는 모습을 보면 아르바이트생을 쓰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놀이와 베이비시터(babysitter·보모)를 합친 '놀이시터'가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주로 어린아이들의 먹을 것을 챙겨 주고 무슨 일이 생기지 않도록 돌보는 베이비시터와 달리, 놀이시터는 아이와 어울려 놀아주는 게 일이다. 보통 놀이시터는 일대일로 아이를 담당하지만, 단체 과외처럼 여러 집 아이들을 모아서 놀아주기도 한다. 놀이시터 시급은 1만원 안팎이다. 자격증이 필요한 게 아니고, 보수에 비해 일이 고된 편도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지원자가 많다고 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플레이시터(playsitter)나 플레잉시터(playingsitter)로 불리는 놀이시터가 파트타임 직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4월 말 서울 마포구문화회관에서 대학생 놀이시터 오상균(23)씨가 어린이들과 뛰어다니며 놀고 있다.

놀이시터의 주 고객은 외동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박모(32)씨는 최근 여덟 살짜리 외아들과 놀아줄 대학생을 구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총 네 시간 동안 아들과 노는 조건이다. 박씨는 "아들이 같이 놀 형제가 없는 데다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는 것 같아 놀이시터에게 '형처럼 놀아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여자아이 놀이시터로 일하는 김수영(여·24)씨는 "1주일에 한두 번 아이 부모님이 동시에 장시간 외출할 때 아이와 그림을 그리고 종이를 접으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놀이시터는 대다수가 20대 대학생이나 취업 준비생이다. 대학생 놀이시터 전문 업체 문미성(22) 대표는 "젊은 부모들은 자녀와 나이 차가 적게 나는 사람을 선호한다"면서 "전공과 무관하게 대학생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를 통해 서울 용산 지역 놀이시터로 일하는 강민성(26)씨는 "전공은 경영·경제 계열이지만, 원래 아이를 좋아하는 성격이어서 용돈도 벌고 스트레스도 푼다"고 했다. 최근에는 유아교육에 종사했다가 잠시 일을 중단했던 경력 단절 여성들이나 육아 경험이 있는 30대 이상 주부들도 놀이시터로 나선다. 경기 고양시에서 두 자녀를 키우는 윤모(37)씨는 "두 아이를 키우며 터득한 놀이법과 장난감 등을 활용해 아파트 단지 내에서 놀이시터를 시작했는데, 금방 소문이 나 이웃 엄마들로부터 수시로 연락이 온다"고 했다.

수요와 공급이 크게 늘면서 놀이시터를 전문적으로 소개·파견하는 업체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10여 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고 한다. 지난해 놀이시터 중개업체를 차린 신천강(41)씨는 "올 들어 놀이시터를 찾는 부모들의 수요가 월 25%씩 늘고 있다"면서 "큰 업체들은 1만명이 넘는 놀이시터를 보유하고 있어 어느 지역이든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업체들의 전문성도 강화되고 있다. 일부 업체는 놀이시터용 전문 교구를 준비하고 놀이 커리큘럼도 개발해 쓰고 있다. 서영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놀이를 교육과 연계시켜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려 하면 아이가 놀이를 싫어하게 되는 역효과가 나기 쉽다"면서 "흥미 위주로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놀아줘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