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여행업을 하는 장모(48)씨는 최근 차를 가지고 저녁 술자리에 갔다가 평소처럼 전화로 대리운전을 불렀다. 그런데 '요금이 1만원'이라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5㎞ 이내 근거리 요금이 7000원이었는데, 갑자기 3000원이 올랐기 때문이었다.

장씨는 "술자리에서 집까지 2.5㎞ 정도라 택시를 타면 요금이 3000원을 조금 넘는데, 대리운전 요금이 1만원이 됐다"면서 "그동안 일주일에 두세 번 대리운전을 이용했지만 이제는 번거롭더라도 미리 집에 차를 세워두고 약속 장소로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19일 제주 지역 대리운전 업계에 따르면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둔 지난 1일부터 근거리 대리운전 요금이 7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랐다. 제주 시내를 중심으로 대리운전 요금이 최대 30%까지 인상됐다.

하지만 대리운전 업계에서는 '물가와 보험료가 올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대리운전 기사들은 선입금 방식으로 회사에 대리 요금의 20~30%를 수수료로 낸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단체로 가입하는 보험료가 70~80%가량 오르면서 대리 기사들이 분담해야 하는 금액이 더 늘어났다.

가급적 자주 손님을 태워 수입을 늘리려는 제주도의 일부 대리운전 기사들은 이동이 불편한 외곽지나 혼잡 지역으로는 운행하기를 꺼리고 있다.

관광객 한모(55·서울)씨는 "제주시 외곽에 숙소를 잡고, 시내로 렌터카를 몰고 와 술을 마신 다음 대리운전을 불렀는데 50분이 넘도록 기사 배정이 안 됐다"면서 "기다리다 지쳐 다른 대리업체에 연락해 1만원을 더 주겠다고 하자 5분여 만에 기사가 오더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