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메이저리거 요기 베라가 야구 선수들을 향해 던진 명언은 대입(大入)에 적용해도 꼭 들어맞는다.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도 마찬가지다. 많은 학생이 '비교과 활동은 고 2까지'라고 여기곤 한다. 하지만 오랜 기간 고 3을 지도해온 교사들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은 이를 착각이라 일축한다. 고 3의 경우 교과 공부와 비교과 활동의 비율을 '9대1' 내지 '8대2'로 놓고, '마지막까지 비교과 활동에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8월 말까지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고교 3학년 때도 비교과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 많은 시간이 들지 않는 비교과로 독서(왼쪽)와 동아리 활동 등이 꼽힌다.

◇3학년 비교과 활동의 초점은 '깊이'

인터뷰에 응한 이들이 "이 시점의 비교과 활동은 '깊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제숙 한영고 교사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비교과 활동 수준을 심화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 3의 비교과 활동은 고 1·2의 것보다 깊이를 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식 깊이의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비교과는 독서다. 유 교사는 "독서 기록은 학생이 관심 분야에 대한 지식을 어떻게 확장해 나가는지 한눈에 보여준다"며 "고학년 때는 다양성보다 심화성에 초점을 두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학년 때까지를 전공 탐색 기간으로 보고 다양한 책을 섭렵했다면, 3학년 때는 전공과 직접 관련한 책을 택하는 편이 좋다.

특히 서울대는 자기소개서 4번 문항에서 '자기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 세 권'을 묻기 때문에 서울대에 지원할 학생은 전공 적합성까지 두루 고려해 책을 선택해야 한다. 올해 학생부종합전형인 일반전형으로 서울대에 합격한 박상아(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1)양은 3학년 때 희망 진로인 '식량' 분야를 염두에 두고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와 '굶주리는 세계, 어떻게 구할 것인가'(장 지글러)를 골랐다. 교과 학습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방과 후 틈틈이 읽었다. 그는 "쉽지 않은 내용이라 한 권을 읽는 데 일주일 이상 걸렸지만, 서울대 자기소개서의 독서 문항을 쓸 때 요긴했다"고 말했다.

◇동아리 활동 지속하되 그간의 활동 다듬어 자소서 바탕 만들어야

박영민 전 고려대 입학사정관은 "3학년 때도 동아리 활동을 이어나가되, 목표와 방향을 그전과 달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 동아리 활동은, 그간의 여러 활동을 다듬어 하나의 총체적 성과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했다. 예컨대 과거에 과학 동아리에서 특정 주제로 실험을 했다면, 3학년 동아리 시간에는 그와 관련한 TED(www.ted.com)나 에드엑스(www.edx.org) 같은 사이트의 온라인 강의를 함께 보거나 심화 서적을 읽은 뒤 토론하는 식이다. 박 전 입학사정관은 "이는 수시모집 자기소개서의 주요 소재가 되기도 한다"고 첨언했다.

학생부종합전형 중 하나인 성균인재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한 이준헌(성균관대 사회과학계열 1)군은 고교 1학년 때부터 가입했던 동아리 시사경제반 활동을 3학년 때도 쉬지 않았다. 명문대 선배가 와서 진행하는 경제 강의를 듣는다든가 친구들과 사회 문제를 놓고 토론하는 등 이 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군은 "한 달에 한 번, 세 시간 정도 할애했기 때문에 부담이 적었다. 당시 '그 시간에 교과 공부를 하라'고 충고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동아리 활동 덕분에 진로와 직접 연계된 활동을 다양하게 했다는 점을 자기소개서에 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자연계열 학생들이 토론에 약한 경향이 있다. 나도 말하기에 자신이 없었는데, 3학년까지 동아리에서 열심히 토론했더니 면접 때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꾸준한 봉사활동으로 진정성 피력

자율 활동과 봉사 활동도 고려해볼 수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합격한 김지우(한양대 경영학부 1)양은 "큰 노력과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선에서 교과와 연관되는 자율 활동을 찾아내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꼭 틀에 박힌 활동만 해야 하나요? 신문을 읽다가 스크랩을 해 나만의 스토리 북을 만든다든지 친구들과 전공 관련 스터디를 해도 좋을 것 같아요.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게 아니라 '자신이 미래 배울 과목을 미리 약간이라도 체험해 본다'는 마음가짐이라면 즐겁게 비교과 활동을 할 수 있을 거예요."

봉사는 3학년 때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활동 중 하나다. 보통 한 달에 한 번 하므로 학생에게도 부담이 크지 않다. 김종승 진해여고 교사(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표 강사)도 기존에 꾸준히 해오던 봉사 활동이 있다면 이를 8월까지 이어갈 것을 추천했다. 김 교사는 "8월 말까지 지역 아동 센터에서 주말에 어린이를 가르치는 봉사를 하던 한 학생이 올초 부산교대를 포함한 여러 교대로부터 합격증을 받았다"고 했다. "당시 주변에서 '비교과 활동 내역은 충분하니 이제 공부에 집중하라'고 만류했습니다. 그래도 그 학생은 '학생부 때문만은 아니다. 희망 진로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고, 센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여력이 될 때까지 최대한 하고 싶다'며 2학기 직전까지 나가더군요. 물론 그 이유만으로 합격한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진로 방향에 맞는 봉사 활동을 지속적으로 했다는 점도 '진정성'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