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형제의 난' 소송전(戰)에서 검찰 수사,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이어 1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동생 박찬구(69)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연패했다.

박삼구(71)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 회장 사이는 금호아시나아그룹이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잇따라 인수하는 과정에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한때 ‘형제 경영'으로 유명했던 금호가였지만 법정 다툼 등 ‘형제의 난'이 벌어졌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2011년 4월 검찰의 금호석화 비자금 조성 혐의 수사가 두 형제간 감정의 골을 키웠다. 재계에서는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측의 제보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고 판단하면서 두 형제 사이가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후 ‘금호’ 상표권 소송을 시작으로 두 형제는 2009년 금호아시아나 유동성 위기 당시 계열사간 기업어음(CP) 거래를 두고 법정 다툼까지 벌였다.

2015년 6월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화에 금호산업의 CP를 매입하도록 지시, 손해를 입었다며 103억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은 특히 민사 소송에서 판사 출신 전관을 선임해 선고 전부터 화재를 낳았다. 결과적으로 박찬구 회장은 ‘서초동 블루칩’ 민병훈(55·사법연수원 16기) 변호사를 선임하고도 쓴잔을 마셔야 했다.

형인 박삼구 회장은 역시 서울고법 판사 출신인 이상원(47·〃23기) 변호사를 기용해 축배를 들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1부(재판장 김정운)는 지난달 23일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박삼구 회장 손을 들어줬다.

◆ 작년 공정위 조사, 검찰 수사 등 안개 속 박삼구 회장…"끝까지 변호인 믿어 승소"
박삼구 회장이 이상원 변호사를 선임한지 두달만에 논란이 빚어졌다. 이 변호사가 이완구 전 총리의 성완종 리스트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을 맡았는데, 이 변호사와 재판장이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판부가 교체되는 일이 발생했다. 전관예우를 노린 선임이라는 비난이 일면서 이상원 변호사 이미지가 안 좋았졌지만 박삼구 회장은 이 변호사를 믿고 소송을 계속 맡겼다.

당시 공정위는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계열사를 통해 다른 워크아웃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혐의에 대해 조사 중이었다. 검찰은 박찬구 회장이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CP 만기 연장이 회사에 피해를 입힌 혐의가 있다”며 박삼구 회장을 고소한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공정위 조사나 검찰 수사, 민사 소송 중 하나만 혐의가 인정돼도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상원 변호사는 각종 경영 지표를 내세워 재판부 설득에 나섰다. 이 변호사는 “재판부가 당시 경영상황을 쉽게 이해하도록 금호산업 등에 대한 평가등급·주요 평정 요인 등 자료를 제출하고, 금호산업이 세금과 4대 보험을 연체하거나 미납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2015년 11월 공정위가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한 범위 내에서 지원”이라며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2016년 1월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도 “박삼구 회장이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고의성도 입증되지 않는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 변호를 맡은 이상원 변호인이 작년 8월 22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이 변호사는 공정위·검찰 처분이 민사 소송과 궤를 같이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공정위와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이유를 재판부에 설명했다. 행정처분, 형사소송 등이 민사와는 다르지만 당시 경영지표 등을 재판부에 제출해 공정위와 검찰 판단과 민사 판단 기준도 다르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당시 금호산업의 사업포트폴리오는 양호했다. 신규 수주도 있어 (경영진이) 성장잠재력이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상원 변호사는 노태우 정부 실세로 통했던 박철언 전 의원의 첫째 사위다. 그는 서울중앙지법 판사, 사법연수원 교수를 거쳤으며, 서울고법 판사를 끝으로 2008년 개업했다.

◆ 박찬구 회장 '서초동 블루칩' 선임하고도 패배

박찬구 회장은 민병훈 변호사를 선임했다. 민 변호사는 소송 초기 “경영상 필요 없는 상황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가 상환 가능성이 없음에도 부실 계열사를 지원했다”며 승소를 자신했지만 공정위, 검찰의 무혐의 처분 앞에서 패소를 막지 못했다.

민 변호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형사 사건을 맡는 등 대기업 전문 전관 변호사로 활약해 왔다.

그는 2010년 현대건설 인수전 당시 현대그룹이 채권단에 낸 이행보증금 2755억원 반환 소송에서 1심부터 대법원까지 전부 승소를 이끌어 냈다.

민 변호사는 지난해 방산비리 형사 공판에서도 활약했다. 황기철(59) 전 해군참모총장의 38억원 배임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이끈 뒤 이규태(65) 일광공영 회장 변론도 수임했다. 이 회장은 공군 전자전훈련 장비 도입 과정에서 1100억원대 사기를 벌인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의 추가 기소로 혐의가 늘어나자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민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했다.

민변훈 변호

민 변호사는 1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2심을 맡아 2015년 9월 집행유예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조 교육감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을 버리고 민 변호사를 선택한 것이 신의 한수였다”라는 평가도 나왔다.

민 변호사는 1990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정보화담당관, 서울고법 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냈다. 2009년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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