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주차 개봉 영화 1편과 주요 영화 200자평.
◇작위적인 디테일…'비밀은 없다'(감독 이경미)(★★★)
새로워야 한다는 것, 영화의 세부요소가 정확하게 들어맞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이경미 감독의 집착이 러닝타임 내내 엿보인다. 일부분은 성공적이고, 다른 어떤 부분은 그렇지 않다. 다시 말해, 이 감독의 노력이 너무 드러난다. 그래서 무릎을 탁 치게 되는 게 아니라 팔짱을 끼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스릴러로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끝까지 보고싶으니까.
◇기억하자 윤가은…'우리들'(감독 윤가은)(★★★★) 이 영화가 돋보이는 지점은 특정 세대의 이야기를 모든 세대의 이야기로 확장하는 능력이다. 이 확장력을 단순히 연출력과 연관지을 수는 없다. 보려고 하는 것을 얼마나 세심하고 사려깊게 '관찰'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고, 결국 보아낸 것에서 어떤 감정들을 '추출'해낼 것인지의 문제다. 이런 면에서 윤가은 감독은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연출가다.
◇수습이 안 된다…'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
최소한의 개연성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이미 이 영화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결론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관객이 예상하지 못하게 하는 게 필수다. 이 예측불가능성을 위해 '특별수사'는 개연성을 완전히 포기한다. 우연남발. 아..김명민.
◇그냥 닌자거북이…'닌자 터틀:어둠의 히어로'(★★☆)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의 전형을 볼 수 있다. 물량공세로 승부를 본다는 얘기. 하지만 문제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관객의 눈은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에 눈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웬만해서는 성에 차지 않는다. 유쾌한 돌연변이 거북이들의 액션이 각종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이상하게 임팩트가 없다. 만족스럽지 못한 북미 흥행 성적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고 봐야 한다.
◇기술력이 만든 감동, 감동의 기술력…'정글북'(감독 존 파브로)(★★★☆)
'정글북' 이야기 자체가 새로울 건 없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모글리' 이야기다. 하지만 책으로 혹은 만화영화로 보던 이 이야기가 우리 앞에 실사 영화로 떡하니 나타났을 때의 느낌은, 신세계다. 현재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영화 기술을 가진 디즈니가 숲이 우거진 정글과 그 안에 사는 갖가지 동물들을 재창조했다. 컴퓨터그래픽에 숨결을 불어넣는 기술이라면 그건 감동이다. 감동적인 기술력은 뻔한 이야기에도 새로운 감동을 준다.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다.
◇잊히지 않는 이선호크의 연기…'본 투 비 블루'(감독 로버트 뒤브로)(★★★☆)
'본 투 비 블루'에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그런데도 이 영화에 동의하고, 이 영화를 긍정할 수밖에 없다. 이유는 단 하나, 아름답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에 한정해서 보자면) 쳇 베이커는 인간적으로 봤을 때 쓰레기다. 하지만 음악인 쳇 베이커는 아름답다. 음악에 대한 태도가 아름답고, 그 태도가 만들어낸 음악이 아름답고, 나아가 쉽게 판단하지 않는 이 영화의 화법도 아름답다. 그리고 결국, 이선 호크가 아름답다.
◇게임팬도 영화팬도 실망…'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감독 던컨 존스)(★★☆)
갖가지 클리셰를 끌어온 이야기의 얼개는 그럴싸하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이 영화의 서사는 시종일관 덜컹거린다. 최소한의 개연성을 갖추지 않은 부분이 있고, 때로는 우연에 기대기도 한다. 어떤 부분은 너무 쉬운 선택을 해 무성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작품이 최소한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오락영화라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 볼거리가 오직 특수효과라면, 앞으로 나올 시리즈를 굳이 챙겨 보고 싶지는 않다. 그런 의미에서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더 그리워진다.
◇박찬욱이다…'아가씨'(감독 박찬욱)(★★★★)
'아가씨'는 즐길 게 많은 작품이다. 각각 다른 시선으로 전개되는 3장 구성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박찬욱 특유의 영화 미학을 감상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뛰어나고, 난데없이 등장하는 유머도 흥미롭다. 박찬욱 감독 본인의 말처럼 영화는 명쾌하고, 쉽다. 박찬욱 영화는 어렵다는 편견을 가질 이유가 없다. 박찬욱이라는 독보적인 창작자가 스크린에 펼쳐놓은 최상급의 상품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지루하다고?…'엑스맨:아포칼립스'(감독 브라이언 싱어)(★★★☆)
이 영화가 지루하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 '엑스맨:아포칼립스'는 오히려 우아하고 품위 있다. 그렇다. 마블스튜디오의 히어로 무비에만 익숙해져서는 곤란하다. '엑스맨' 프리퀄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자 엑스맨의 탄생을 알리는 이 영화는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말처럼 공존과 관용을 이야기한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엑스맨'에는 '히어로'(hero)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들은 '돌연변이'(mutant)다. 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퀵실버'는 최고다.
◇'원스'의 존 카니는 없다…'싱 스트리트'(감독 존 카니)(★★☆)
'원스'(2006) '비긴 어게인'(2013)으로 국내에서도 사랑받는 존 카니 감독이 내놓은 세 번째 음악영화다. 사춘기 소년이 주인공인 만큼 전작들보다 상대적으로 밝고 귀엽다. 1980년대 브리티시 팝을 들으며 러닝타임 내내 웃을 수 있다. 하지만 '원스'의 진솔하고 자연스러운 감성을 이번 작품에서는 전혀 찾을 수 없다. 인상적인 오리지널 스코어가 없다는 점에서 '비긴 어게인'(최종관객 342만명)과 같은 성공을 장담하기도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