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UN 사무총장은 누구?]

8일(현지 시각)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예정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 간의 면담이 무산됐다. 서로 상대방이 면담 일정을 사전에 언론에 흘렸다고 의심하면서 면담 공개냐 비공개냐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다가 이 전 총리 측이 취소를 통보했다고 한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이 전 총리는 미 국무부 초청과 재단 활동의 일환으로 방미 중이다.

반 총장이 뉴욕을 찾는 한국의 주요 인사를 면담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매번 한국 유엔 대표부가 양측에 제안해 일정을 조율하는 역할을 해왔고 이번에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이번처럼 면담도 하기 전에 삐걱대다가 없던 일로 된 것은 드문 일이다. 유엔 사무총장 집무실에서 차 한잔 마시고 끝났을 일이 결과적으로 국내 정치의 분열된 단편(斷片)을 국제 정치 무대 한복판으로 끌어들인 꼴이 돼 버렸다.

여기에는 반 총장이 여권의 대선 주자로 떠오르면서 친노(親盧) 진영과 사이에 형성된 간극(間隙)이 한몫했을 것이다. 면담 무산까지는 껄끄러운 장면들이 이어졌다. 이 전 총리는 미국 도착 다음 날 "외교관은 국내 정치와 캐릭터상 맞지 않는다"는 말로 반 총장을 자극했다. 이 전 총리 측은 일부 언론이 '이 전 총리가 먼저 면담을 제안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 반 총장 측을 의심하기도 했다. 반 총장도 면담을 언론에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이 전 총리 쪽의 반발을 샀다. 비공개로 할 경우 구구한 정치적 해석이 제기되는 것을 우려했겠지만 차 한잔을 대접하는 쪽이 공개 면담을 고집한 것도 부자연스러웠다.

이런 해프닝은 지난달 반 총장이 방한해 대선 출마를 적극 시사하고 돌아간 이후 이미 예상됐다. 그가 누구를 만나더라도 대선을 앞두고 전개되는 국내 정치와 연결되지 않을 수 없게 돼 버린 것이다. 이는 반 총장에게 비판적인 서구 언론들의 좋은 공격 소재가 될 것이다. 반 총장은 국내 정치에 어설프게 영향을 미치려 하기보다는 사무총장의 남은 임기만이라도 유엔 업무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사설] '不實'만 청소하고 유망 산업 못 키우면 구조조정 실패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