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직접 민주주의 제도로 국민투표 실시
핀란드 네덜란드 등 기본소득 검토 영향 받을 듯
스위스 전국민에게 무조건 매월 2500 스위스프랑(한화 300만원)을 지급하는 이른바 '기본소득(최저생활 보장)’ 국민투표가 5일(현지시각) 부결됐다.
BBC뉴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기본소득을 놓고 치러진 스위스 국민투표 최종 집계 결과 찬성 23.1%, 반대 76.9%로 나타났다. 유권자 10명 중 8명은 반대표를 던진 셈이다.
앞서 스위스 공영방송이 투표 도중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80% 가까이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통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지자들이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는 대신 연금과 실업 수당 폐지를 제안했지만, 국민들은 재원 부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 불안감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스위스 정부는 현재의 연금과 실업 수당 정책 만으로도 정부 재원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반대를 촉구했다.
재계도 노동 의욕 저하를 이유로, 노조도 소득 감소를 이유로 반대했다. 학계에서는 노동과 소득을 분리하는 것은 일할 의욕을 잃게 만들어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BBC는 “스위스 정치인은 물론 그 어떤 정당도 찬성하지 않았으나, 10만 명 이상 서명이 모인 끝에 국민투표가 실시됐다”고 설명했다. 스위스는 직접 민주주의의 일환으로 10만 명의 서명이 모인 국민 제안은 투표로 부치게 돼 있다.
지지자들은 실업 문제 등 시장 경제의 부작용을 개선할 도구라고 주장했다. BBC는 “현대 업무가 점점 자동화되면서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기본소득제는 사회 보장 제도를 일원화해 행정효율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BBC는 “지지자들은 (월 300만원의) 지급액은 물가가 비싼 스위스에서는 큰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근로 의욕의 저하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설명했다.
앞서 스위스에서는 지난 2014년 최저임금을 시간 당 22스위스프랑(약 2만60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졌으나 부결됐다.
스위스 기본소득 국민투표는 유럽 선진국의 관심을 끌었다. 핀란드 정부는 약 8000명의 저소득층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네덜란드의 위트레흐트시는 오는 2017년 1월부터 기본소득 관련 시범정책을 도입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국민투표에는 총 4가지 안건이 올라왔다.
이민 과정을 빨리 하는 개선안은 67% 찬성으로 가결됐고, 공기업 대표가 정부 장관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지 않도록 하는 안(프로서비스퍼블릭)은 68%가 반대표를 던지며 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