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이 2일(현지 시각)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와 관련, "영국은 EU에 남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오는 23일로 예정된 투표를 20여일 앞두고 탈퇴·잔류 여론이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하게 나오자 유럽 정상들이 다급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브렉시트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던 메르켈 총리까지 나선 데 대해 영국 내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영국은 통상 협상 등과 관련해 EU 안에 있을 때 더 강력한 영향력을 갖게 된다"며 "(EU라는) 울타리 밖에 혼자 있으면 절대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국과 독일은 EU 규칙을 만들 때나 다른 협상을 할 때 언제나 힘을 합쳤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영국이 EU의 핵심 국가로 잔류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BBC는 이날 "영국이 실제로 EU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독일에서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도 이날 "영국에 사는 스페인 사람이 10만명인 반면 스페인에 사는 영국인은 40만명이 넘는다"며 "브렉시트는 누구보다 영국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도 영국의 EU 탈퇴론자들이 호주식 '점수제' 이민제도 도입 주장과 관련해 "영국이 장벽을 쌓으면 다른 나라도 똑같은 조치를 영국을 향해 실시할 것"이라며 "이는 영국이 가장 원치 않는 일 아닌가"라고 했다. 점수제 이민 정책은 나이와 영어 능력, 전문성 등을 점수로 환산해 일정 기준을 넘을 때만 이민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최근 영국에선 EU 지역에서 온 이주민이 급증하면서 주택·교육·의료 사정이 악화됐고, 자신의 삶도 불행해졌다는 국민이 절반이 넘는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면서 EU 탈퇴를 지지하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는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북아일랜드 지역의 세관 및 무역 통제가 심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동안 브렉시트 문제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고 비판을 받던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도 이날 "노동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는 EU 잔류에 투표해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