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한 어학원에서 군 입대 예정자들이 어학병 시험 대비 강의를 듣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 한 어학원. 수강생 15명이 강의를 듣고 있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유학 중이던 김동규(21)씨와 피츠버그에서 대학을 다니던 이현준(20)씨는 다음 달 8~9일 국방어학원에서 치르는 육군 어학병 선발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이곳에 등록했다.

영어라면 남한테 빠지지 않는 이들이지만, 어학병으로 입대하려면 일단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열핵폭탄(thermonuclear bomb)'같은 용어는 유학생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전공자에 유학생까지 어학병 시험 전문 학원을 찾으면서 서울 시내에만 4~5개 학원이 성업 중. 강사 김승국씨는 "단순히 영어를 잘하는 것과 통·번역을 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했다.

어학병 시험 합격자들은 어학 전문 인력이 필요한 각 부대에 배치돼 서적과 문서를 번역하고 통역장교의 업무를 보조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병무청에 따르면 2016년에 육군은 영어 어학병 390명, 중국어 어학병 43명 등 총 8개 언어에서 496명의 어학 특기병을 선발할 계획이다. 공군은 영어 어학병 160명을 선발한다. 김씨는 "어학병으로 입대하면 영어에 대한 감각을 계속 유지할 수 있고 취업할 때도 좋은 경력이 된다"고 했다. 어학병 복무자끼리 네트워크도 이어간다. 2008년 공군 어학병으로 복무한 조중일(28)씨는 "어학병 선·후임들이 아나운서, 예일대 경제학과 박사과정, 삼성전자 연구원, 로펌 변호사가 돼 지금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부모들이 앞장서서 자녀를 어학병으로 보내려 노력한다. 한 어학병 시험 전문 학원 강사는 "학원을 찾는 학생 중 70~80%는 부모들이 먼저 강의 정보를 알아보고 학원에 보내는 경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