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향후 행보는?]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사의를 표명한 이병기 비서실장 후임에 이원종 대통령 소속 지역발전위원장을 임명하고 정책조정수석과 경제수석을 교체했다. 같은 날 새누리당은 당의 개혁을 담당할 혁신위원장에 비박계 3선(選) 김용태(서울 양천을) 의원을 임명했다.

4·13 총선 참패 이후 전면적인 인적 개편과 국정 운영의 궤도 수정을 요구받았던 청와대와 여당이 한 달여를 허송하다 이제야 그 대답을 내놓았다. 시기도 늦었고 내용 또한 총선 민의(民意)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마지못해 하는 인적 개편으로는 국민이 감동을 느낄 수 없다.

청와대의 경우 이 전 실장의 사의 표명이 없었다면 개편 자체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박 대통령은 총선 결과를 "양당 체제에 대한 심판"으로 규정하며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인적 개편도 밀려서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뚜렷했다. 이번 청와대 개편에서 총선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하거나 교체 필요성이 제기됐던 정무·민정수석을 제외한 것에도 바로 그런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과의 오찬에서 개각의 필요성을 일축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지난주 박 대통령이 여야 3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을 통해 '나도 변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던 것이 무색해진다.

신임 이원종 비서실장은 관선 서울시장과 관선·민선 충북지사를 지낸 전형적인 지방행정 관료 출신이다. 전임자보다 다섯 살이 많은 74세로, 국민 입장에서는 도저히 대통령의 변화 의지를 읽기는 힘든 인사다. 충북 출신의 그를 비서실장에 앉힌 것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친박이 아직도 '여권발 반기문 대망론'이 유효하다고 본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반 총장 본인이 세(勢)가 기울어가는 당에 들어가 친박에 업혀 대선 주자가 되는 것에 고개를 쉽게 끄덕일 가능성도 작거니와 청와대가 차기 대권 문제에 개입해 성공한 사례도 없다.

김용태 의원이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에 걸맞은 무게감을 갖췄는지도 의문이다. 김 의원은 그간 박 대통령의 일방주의와 친박을 견제하는 목소리를 내왔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지도 면에서 신인이나 다름없는 그가 안팎의 견제를 뚫을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에게 혁신위원장 자리가 돌아간 것도 당내에서 탈당·신당론까지 부상하자 친박들이 마지못해 넘겨줬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재야 출신 김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 외곽 조직에서 활동하다 17대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진영에 들어가 이듬해 총선에서 당선됐다.

이날 나온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인사는 여권이 변신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는 인상을 전혀 주지 못했다. 밑바닥 민심이 어떤지 아직 그 쓴맛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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