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정식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메시야'엔 테이블이 딱 하나 있다. 12인용 테이블에 생전 처음 보는 이들이 둘러앉아 주인장이 내놓는 한 가지 메뉴를 먹는다. 주인과 손님 사이 소소한 날씨 얘기, 음식 얘기가 오간다. 혼밥(혼자 밥 먹는 것), 혼술(혼자 술 먹는 것)이 트렌드가 된 요즘, 새로운 '테이블 공동체'가 등장했다. 낯선 이와 함께 밥 먹고 차 마시는 '공유 테이블'이 대세다. 딱 하나의 테이블을 타인과 공유하는 '원 테이블' 식당도 늘고 있다.
공유 테이블의 시작은 프랑스 혁명 무렵이다. 자유, 평등, 박애를 내세웠던 프랑스 혁명 당시 계급의 구분을 없애고 평등을 보여주는 도구로 공유 테이블이 등장했다. '현대판 공유 테이블'을 소개한 건 프랑스 스타 디자이너 필립 스탁. 1980년대 그가 뉴욕에 레스토랑 '아시아 드 쿠바(Asia de Cuba)'를 디자인하면서 3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초대형 테이블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벨기에에서 시작해 글로벌 체인으로 성장한 유기농 빵집 '르 팽 쿼티디앙(Le Pain Quotidien)'은 공유 테이블을 철학으로 내세웠다.
올레꾼들 사이 유명한 '카페 원테이블'은 제주 서귀포시 법환동 포구 앞에 자리했다. 긴 테이블 하나 사이에 두고 주인과 손님이 담소하는 풍경이 정겹다. 미래의 자기에게 보내는 엽서도 쓴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혹은 그보다 더 먼 미래의 하루를 골라 편지를 쓰면 주인장이 보관하고 있다가 그 날짜에 맞춰 편지를 부쳐준다.
올 초 문 연 서울 자양동 자양골목시장의 '롱테이블'. 14인용 테이블 하나 두고 영업하는 젊은 부부는 말했다. "혼자 사는 사람도 다 같이 밥 먹는 기쁨을 갈망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남이지만 친구처럼 어깨 부대끼며 밥 먹을 수 있는 원 테이블 식당을 열었죠. 처음엔 서먹해하던 손님들이 어느 순간 친구가 되더군요. 즉석에서 모르는 사람끼리 생일 파티도 해주고요."
'테이블 메이츠(table mates)'란 신조어는 그래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