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롭고, 멋지며, 전례가 없다."

애니메이션 '슈렉'(2001) 개봉 당시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영화평의 한 문장이다. 디즈니가 공주와 왕자 이야기로 애니메이션계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을 때, 드림웍스가 애니메이션 주인공으로 내세운 크고 험악한 초록색 괴물은 유쾌한 충격이었다. 슈렉 이후 디즈니의 동화식 애니메이션은 끝났다. 그 이후 드림웍스, 디즈니, 픽사, 블루스카이 등 애니메이션 명가(名家)들은 기발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와 현실에 필적하는 환상적인 그림을 결합한 작품을 내놨다.

애니메이션은 다양한 예술 장르와 기술이 결합된 문화 영역이다.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이 상업 영화이긴 하지만, 그 작업 과정은 예술 작품을 완성하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특별전: 스케치에서 스크린으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른도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전시다.

앙리 루소의 ‘꿈’을 연상케 하는 작품. 여러 동물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를 만들 때 영감을 받아 그린 것이다.

'스케치에서 스크린으로'라는 부제처럼 초기의 아이디어가 한 편의 애니메이션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원화, 아트워크, 스토리보드는 물론 관계자 인터뷰 등 400여점의 전시물이 있다. 첫 번째 전시실에서는 애니메이션 사전 제작 단계에서 그린 스케치와 스케치를 소조(塑造)로 만든 것을 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 아이디어를 제공한 스케치들이 흥미롭긴 하지만, 드림웍스 작품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흙빛을 띤 조각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게 다소 지루할지도 모른다. 전시 사이사이에 있는 동영상을 놓치지 말 것. 아티스트들이 실감 나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등장인물처럼 분장하고 직접 연기를 하는 장면에서 이들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의외로 연기를 꽤 잘해서 보고 있자면 웃음이 피식피식 나온다.

성인 관람객이 가장 좋아할 만한 곳은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 전시실이다. '마다가스카'를 만들기 위해 마다가스카르에 다녀와 그린 그림이나, '쿵푸팬더'를 동양화처럼 재해석해 그린 그림이 있다. 앙리 루소의 '꿈'을 '마다가스카' 등장 동물을 넣어서 패러디해 그린 작품은 위트가 넘쳐서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확인할 수 있다.

‘쿵푸 팬더’ 사전 제작 단계에서 그린 스케치.

[[기관 정보] 드림웍스 특별전이 열리는 서울시립미술관은 어디?]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코너도 인상적이다. 커다란 테이블 위에 스토리보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동영상으로 펼쳐지는데, 실제 제작 과정을 보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또 애니메이터가 일하는 사무실을 그대로 재현해놓기도 했다. 아티스트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곳곳에 비치해놨다. 쿵푸팬더의 표정을 만들거나 파도, 하늘과 같은 배경을 만들어보는 장치다. 그림에 관심을 보이거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이 전시는 꼭 봐야 한다. 이 전시를 보고서 미래의 제프리 카젠버그(드림웍스 창업자)나 존 라세터(픽사 최고업무책임자)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8월 15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창립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호주 영상센터에서 기획했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은 할리우드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 애니메이션 제작자인 제프리 카젠버그, 음반사업가인 데이비드 게펜이 1994년 공동설립한 드림웍스의 자회사다. ‘개미’를 시작으로 ‘슈렉’ ‘마다가스카’ ‘쿵푸팬더’ ‘드래곤 길들이기’ 등의 작품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