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 국내 최대인 3만5000석 규모의 야구장이 새로 건립된다. 한강을 바라보며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형태가 될 예정이다. 지금의 야구장 자리에는 10만㎡ 면적의 전시·컨벤션 시설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잠실종합운동장을 이같이 재개발하는 내용을 담은 국제교류복합지구(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지구 단위 계획 변경 결정안을 마련해 지난 30일부터 주민 공람에 들어갔다"고 1일 밝혔다. 시는 교통·환경 영향 평가,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올 6월까지 개발 계획을 최종 확정한다.
서울시의 방안에 따르면 자연녹지지역인 잠실종합운동장 일대(41만4205㎡)는 용도가 준주거 지역으로 바뀌고, 오는 2023~2025년까지 체육·문화 시설과 전시·컨벤션시설, 호텔 등이 대거 들어선다. 총사업비 3조원 규모의 민자 사업으로 올 7월부터 사업자 공모에 들어간다. 예정대로 진행되면 1980년대 초반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앞두고 개발된 잠실종합운동장 일대가 40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서울시는 기존 경기장 중 주경기장만 남기고 야구장 등 나머지 시설은 부지 내에서 위치를 옮겨가며 새로 짓기로 했다. 2019년쯤엔 학생체육관을 허물고 그 자리에 전시·컨벤션 센터를 착공한다. 이후 주경기장 리모델링, 보조 경기장 이전 등이 차례로 이어진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홈구장으로 쓰게 될 새 잠실야구장은 한강과 가까운 지금의 보조 경기장 부지에 세워진다. 서울시는 야구장 옆 올림픽대로 400m를 지하화해 야구장과 한강공원을 연결하기로 했다. 새 야구장은 프로야구 출범 40주년인 2021년에 착공해 2023년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새 야구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작년 말 SNS를 통해 약속한 돔(Dome) 구장 형태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돔구장은 일반 야구장에 비해 건설 비용이 2~3배에 이르는 데다 관리비도 많이 들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구단 측에서 돔구장 건설을 요청한 적도 없었다"고 했다.
서울시는 2014년 4월 강남구 코엑스부터 옛 한전 부지를 거쳐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으로 이어지는 72만㎡ 지역에 국제교류복합지구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 동남권에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와 국제 업무, 스포츠, 문화 등이 결합된 새로운 중심축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 계획은 올 들어 속속 구체화되고 있다. 올 2월엔 현대자동차그룹이 옛 한국전력 부지(강남구 삼성동)를 오는 2021년까지 105층 규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로 개발하는 방안이 확정됐다. 서울시는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재개발 계획도 오는 6월까지는 확정한다는 일정을 잡고 있다.
◇한강 눈앞에 보이는 새 야구장
잠실종합운동장 재개발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신축되는 야구장이다. 새 야구장은 3만5000석 규모로 올림픽로 앞에 있는 지금의 야구장(2만6000석)보다 더 크다. 국내 최대인 부산 사직구장(2만6800석)보다 좌석 수가 많다.
시는 우익수 쪽 외야 관중석을 야트막하게 만드는 형태의 구장을 구상하고 있다(조감도 참조). 미국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AT&T 파크(4만2000석)와 흡사하다. 이곳에선 오른쪽 담장을 넘어 장외로 날아가는 홈런 타구가 바다인 매코비 코브(McCovey Cove)에 빠지곤 한다. 경기가 열리는 날엔 홈런공을 낚으려는 보트들이 이 작은 만(灣)으로 몰려든다.
새 잠실야구장에선 홈런공이 강물로 떨어질 수는 없다. 일단 장외 홈런을 치더라도 비거리는 140~150m 정도다. KBO(한국야구위원회)리그 역대 공식 최장 거리 홈런도 2000년 김동주(잠실구장), 2007년 이대호(사직구장) 등의 150m짜리 장외 포였다. 그런데 새 잠실구장의 외야부터 한강까지는 150m 정도가 떨어져 있다. 따라서 타석에 선 타자는 비거리 300m에 가까운 초대형 대포를 터뜨려야 한강까지 공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관중석에서 한강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보이도록 설계할 수는 있다. 새 야구장은 아파트 단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소음 민원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서울시는 보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작년 말 트위터에 '잠실야구장을 제대로 된 돔구장으로 만들 생각입니다'라고 했던 말은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잠실운영본부(두산·LG 공동 운영) 관계자는 "그동안 시에 파크 형태의 야외 야구장을 지어 달라고 요청했지, 돔구장을 지어달라고 한 적은 없다"면서 "돔구장은 냉·난방비 등 관리비가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킨텍스만 한 전시·컨벤션 신축
현 야구장부터 학생체육관에 이르는 부지엔 면적 10만㎡의 전시·컨벤션 센터가 들어선다. 경기 고양시 킨텍스(10만8483㎡)와 비슷한 규모이다. 서울은 국제회의 개최 건수로는 세계 5위권인데, 전시·컨벤션 인프라는 세계 20위 수준이다. 서울시는 새 전시·컨벤션 센터가 완공되면 서울의 마이스 분야 역량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의 실내 수영장 자리엔 스포츠콤플렉스가 세워진다. 수영장을 지하에 설치하고 지상에 실내 체육관을 지어 합친다. 주경기장 옆으로는 특급 호텔(500실)과 비즈니스호텔(1000실)을 건설한다. 두 호텔은 50층 전후가 될 전망이다. 스포츠 콤플렉스 앞쪽엔 250실 내외의 유스호스텔도 생긴다.
다만 1986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 서울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이었던 주경기장은 역사성과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 리모델링을 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주경기장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장은 모두 최신식으로 재건축될 것"이라고 했다.
◇롯데월드로 연결되는 서울의 새 중심축
종합운동장 주변 환경도 환골탈태한다. 시는 종합운동장 앞 올림픽대로와 탄천 동·서로 일부 구간을 지하화하고, 그 위에 생태공원과 다목적 이벤트 광장 등을 조성한다. 또 한강변에 수상 레포츠 시설을 들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시는 늦어도 2025년쯤에는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정비를 끝낸다는 일정이다. 이때가 되면 이곳은 코엑스, 현대글로벌비즈니스센터와 하나의 축으로 연결된다. 잠실종합운동장 동쪽으로 1.6㎞ 떨어진 제2 롯데월드까지 포함하면 이 지역 전체가 서울의 새로운 경제·문화·스포츠·관광 중심지로 떠오르게 된다. 현대글로벌비즈니스센터(105층·553m)와 제2롯데월드(123층·555m) 사이에 50층 안팎인 잠실 주경기장 옆 호텔이 들어서면 물결 치는 듯한 스카이라인이 구축될 것으로 서울시는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강남 부도심의 경쟁력을 키우는 대표적인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