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려는 게 아니다. 멋지게 보이려는 춤이다. 서울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 안무가 조진수(34) 한국예술원 교수가 이끄는 댄스팀 '핑키칙스'가 떴다. 형형색색의 옷에 화려한 화장을 한 6명의 댄서는 얼핏 보기에 여자 같지만, 가까이 가본 사람들은 처음엔 흠칫 놀라고 만다. 3명의 댄서는 여장한 남자들이기 때문. 조 교수는 여장을 하고 여성스러운 몸짓으로 춤을 추는 이른바 걸리시(girlish) 댄스를 추는 것으로 유명하다.

남자가 여장하고 여성스러운 춤을 추는 일명‘걸리시 댄스’를 추는 조진수(왼쪽에서 셋째) 한국예술원 교수와 그가 이끄는 댄스팀 핑키칙스. 이들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첫 거리 공연을 했다.

"웬열(웬일)! 저 사람들 '마리텔'에 나왔던 그 사람들이잖아! 걸리시 댄스!" 한 무리의 10대 소녀들이 조 교수를 알아보고 몰려들었다. 이들은 핑키칙스팀이 춤을 추기 전부터 손뼉을 치며 소리 지른다. 조 교수는 "올 초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나간 다음엔 길거리를 지나갈 때 알아보고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걸리시 댄스는 사실 길거리에서 춰본 적 없어요. 춤 콘셉트 때문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도 많아서 봉변당할 위험도 있거든요. 아직도 실내 공연 할 때 일부러 찾아와서 욕설을 하는 분들이 많아요." 곱게 화장을 한 조 교수가 활짝 웃었다. 그는 이날 조선일보 가상현실(VR) 콘텐츠인 360도 동영상 촬영을 위해 처음으로 길거리 공연에 나섰다.

춤이 시작되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새침한 표정으로 거침없이 요염한 춤을 선보이는 댄서들을 보며 휘파람을 불며 환호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조 교수는 "이런 환호가 좋아서 춤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서 재즈댄스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그는 한국체육대에서 스포츠청소년지도학을 전공하면서도 춤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다. 졸업 후 본격적인 댄서의 길을 걸을 땐 힘찬 힙합댄스를 주로 추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남성적이고 강한 춤을 출 때는 '제이블랙', 걸리시 댄스를 출 때는 '제이핑크'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그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장르의 춤을 연구하면서 걸리시 댄스도 접하게 됐다"며 "단순히 남자가 여자 춤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걸리시 댄스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감정과 동작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처음 보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세계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댄스의 한 장르이고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조 교수의 설명이다. "걸리시 댄스도 새로운 표현 방법을 찾는 여러 시도 중 하나예요. 남자가 여자 춤을 추다 보면 여자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겠어요? 이젠 서로 이해해야 하는 시대니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