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윤성원)는 한 대기업이 "강제추행죄로 벌금형을 받은 직원의 해고를 인정해 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국낸 유명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A씨는 2013년 8월 술에 취한 상태에서 "같이 밥을 먹자"며 B양(당시 13세)에게 다가가 허벅지를 만진 혐의로 기소돼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회사는 '형사 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해고할 수 있다'는 취업 규칙을 근거로 A씨를 해고했다.

A씨는 "부당 해고"라며 지방노동위원회에 신청해 '복직' 결정을 받았다. 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회사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회사 측은 법정에서 "A씨가 조직 전체 명예와 신용을 떨어뜨리고 직장 질서 유지에서 악영향을 줬다"며 "A씨가 협력 업체를 상대하는 업무를 맡은 점을 고려할 때 청소년 성추행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 정상적 업무가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강제 추행 유죄 판결로 A씨와 회사 간 고용 관계가 사회 통념상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노동위원회의 결정이 적법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형벌은 사법 절차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며 "유죄 판결만으로 사적(私的) 영역에서 직접 제재를 받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이어 "회사 직원들은 A씨 범죄 행위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강제 추행 사건 전후로 A씨 업무나 협력업체와의 관계 등에 특별한 변동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A씨 범죄로 회사 명예와 신용이 실추됐다거나 직장 질서 유지, 대외 신용도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1심 판단이 정당하다"며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