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교사 임용시험 수험생인 천모(33)씨는 지난 1월 13일 경기 수원시 경기체고 체육관에서 실기시험을 치렀다. 총 5종목 중 핸드볼은 패스와 슛 능력을 평가했다. 우선 수험자와 시험 보조자가 7~8m 간격으로 서서 볼 패스를 주고받은 후 수험자가 15m 정도 앞으로 질주해서 보조자가 던지는 공을 받아 점프슛을 날렸다. 천씨는 무난하게 마쳤다. 패스 거리와 달리는 거리가 학원에서 배운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천씨는 "다른 수험생들은 예상과 실제 거리가 다른 듯 스텝이 꼬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공립 중·고교에서 체육을 가르치려는 교사 준비생들이 실기 사교육에 몰리고 있다. 실기 학원은 시험장에서 점수를 얻는 요령을 집중 지도하며 예비 체육교사들을 훈련시킨다. 전국체전 개인 종목 우승자 출신 수험생 A(29)씨는 작년 6월 높은 합격률을 자랑하는 실기 학원에 등록했다. 수업 시작 5개월 전이었다. 정원제에 선착순 등록이라 돈이 있어도 수업을 못 듣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매년 있는 체육 임용시험은 1차(필기)와 2차(실기, 면접, 수업 실연)로 나뉜다. 1차 대비로는 보통 학원 동영상 강의를 듣는다. 연말에 필기시험을 치르면 바로 '실기 시즌'이다. 1차 결과 발표까지 약 한 달간(1단계)은 실기 종목인 육상·체조·수영·구기의 기본 동작과 자세를 배우고, 그 후엔 1차 합격자들만 추려서 2차 시험까지 약 1주일간(2단계) 모의 테스트 형식으로 연습한다. 이 5주 동안의 학원비가 100만~120만원 선이다.
실기 종목은 지방교육청마다 다르고 매해 바뀐다. 학원에선 지역별로 분반을 한다. 같은 종목이라도 지역에 따라 시험 채점관이 원하는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이 학원 업계 주장이다. 한 학원 관계자는 "농구의 경우 경기도에선 드리블과 슛 자세를 많이 본다면, 서울에선 그 못지않게 (시간) 기록도 중요시한다"며 "따라서 서울반에선 같은 레이업슛도 속공 스타일로 가르친다"고 말했다. 학원들은 매년 시험이 끝나면 학생들의 후기와 실기 점수를 종합해 실기시험 '족보'를 발전시킨다.
수험생에게 학원이 매력적인 이유는 별다른 수고 없이도 실제 시험장과 비슷한 환경에서 연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대구 지역 임용시험에 합격한 장모(29)씨는 "2차 수영 시험 장소처럼 다이빙대가 있는 50m짜리 레인에서 연습하기 쉽지 않았는데 학원 단과반에서 그런 수영장을 섭외해줘 편하게 해결됐다"고 말했다. 수험생 천씨는 "올해 탁구 실기시험에서 탁구공을 쏴주는 자동 발사기가 학원에서 연습 때 쓰던 것과 거의 같았다"고 말했다.
학원이 편리하지만 수험생 다수는 100만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스러워한다. 올해 서울 지역에 합격한 체육교육과 출신 박모(28)씨는 "시설 편의만 제공한다뿐이지 '족보'가 매번 맞는 것도 아니다"며 "이번에 체대 입시 기간이 겹치지만 않았다면 그 돈을 주느니 모교 체육관을 빌려 따로 연습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비사범대 출신이나 30대 이상 수험자들은 학원 외에 대안이 많지 않다.
일부 수험생은 자체 과외 그룹을 조직하기도 한다. 수험생 강모(36)씨는 지난해 같은 시험 준비생 20여명을 모은 뒤 직접 체육관·수영장을 빌리고 강사를 초빙해 전 종목 실기를 준비했다. 강씨는 "예전에 생활 체육 강사 일을 하면서 친해진 체육고 코치에게 사례비를 주고 그 학교 운동반이 연습하는 시간에 같이 껴서 배웠다"며 "1인당 부담금이 학원비의 3분의 1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체육교사 사교육'은 최근 체육 임용시험 선발 인원이 늘면서 활발해졌다. 지난 2012년 교육부가 학교 폭력 대책으로 인성·체육교육 활성화를 공언한 후 중학교 3년간 스포츠 클럽 필수 활동이 136시간 신설됐고 특목고·자사고의 체육 시수도 늘었다. 시수가 늘어나니 임용시험 선발 규모가 커졌다. 4년 전 전국 공립 체육교사 선발 인원은 141명이었는데 올해는 540명으로 국·영·수를 포함한 전 과목 중 가장 많다. 같은 기간 지원자도 14% 늘었다. 조미혜 한국스포츠교육학회 회장은 "고교 기준 1950년대 때 평균 주당 4시간꼴이었던 체육 수업이 1969년 새로 생긴 교련 과목과 입시 위주 교육으로 1990년대 이후엔 주당 2시간 아래로까지 내려갔다"며 "최근의 체육 교과 중시 풍토는 40여년 만의 반등(反騰)"이라고 설명했다.
조남기 숙명여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이에 대해 "교사의 자질을 정량적으로만 측정하려다 보니 실기시험의 내용이 단편적 기술에 쏠렸고, 사교육 업체가 그걸 이용한 것"이라며 "정규 체육 교과과정이나 교직이수 과정에서 기본적인 실기 과목을 필수화시켜 학원이나 과외 수강 여부에 따른 수험자 간 유·불리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