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업데이트 안 한 분들은 그냥 '김기사' 쓰는 게 편해요." "'카카오 내비'말고 김기사로 다시 돌아가는 길은 없나요?"

지난달 24일 카카오가 선보인 스마트폰용 무료 내비게이션(길 안내) 앱 '카카오 내비'에 대해 사용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이 앱은 카카오가 작년 5월 626억원에 인수한 '김기사'를 개편해 내놓은 것입니다. 기존 사용자들이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업데이트를 실행하면 자동으로 이름이 김기사에서 '카카오 내비'로 바뀝니다.

기능을 개선했다고 하는데도 온라인에 올라온 사용자들의 의견을 보면 대략 10개 중 9개가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측은 "실망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며 사과하기에 바쁩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요. 지금까지 김기사의 최대 장점은 사용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서비스를 개선해왔다는 점입니다. 즐겨 찾는 목적지를 한 화면에 모아놓은 '벌집' 기능이나 막히는 길이 있으면 우회로를 빨리빨리 안내해주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덕분에 김기사는 한 달에 250만명이 사용하는 인기 앱으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카카오 내비로 바뀌면서 이런 장점이 많이 사라지고 공급자 마인드로 개발이 진행됐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초기 화면에서 등장하는 벌집 아이콘이 커졌지만, 사용자들은 눈에 잘 띄는 장점보다 한 화면에 나타나는 목적지 개수가 너무 적어 오히려 불편하다고 합니다. 또 김기사는 스마트폰에 지도를 미리 저장해뒀는데, 카카오 내비는 앱을 사용할 때마다 지도 데이터를 내려받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스마트폰의 저장공간을 덜 차지하는 장점이 있으나 실행속도가 느려지고 자칫 잘못하다간 '데이터 요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쓰던 김기사 아이디를 버리고 카카오톡 계정으로 접속해야 하는 차이도 있습니다.

개편 작업을 한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사용자들의 불만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개편은 김기사를 국내에서 약 4000만명이 쓰는 카카오톡의 하부 서비스로 통합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사용자의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이던 김기사의 성공 비결을 잊어서는 곤란합니다. 사용자들의 마음을 붙잡지 못하는 서비스는 절대 오래갈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