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신수정(74) 서울대 명예교수가 통일나눔펀드에 참여했다. 지난 22일 서울 방배동 자택에서 만난 신 교수는 "충북 청주 출신이라 내 삶과 가족들 생활에서 북한과 직접 연결된 고리는 별로 없지만 미국 살 때 가까운 지인이 적십자를 통해 북에 계신 어머니를 뵙고 왔다고 해 감동받은 적이 있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북한과 잘 지내면 좋겠다는 마음은 늘 당연하게 깔려 있다"고 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국내 콩쿠르를 휩쓸며 '피아노 신동'으로 불렸던 신 교수는 오스트리아 빈 음대에서 수학, 1969년 만 26세에 서울대 음대 최연소 교수로 부임했다. 2005년에는 서울대 음대 사상 첫 여성 학장으로 취임했다. 지난해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스승이기도 하다. 하지만 연주 활동에 전념하려는 제자의 의지를 방해할까 봐 한사코 앞에 나서길 꺼린다.
"제가 빈으로 유학 갔을 땐 '철의 장막(동구 공산권)'에 발도 들여놓지 못할 때였어요. 그런데도 학교 기숙사로 북한 선전 책자가 많이 왔죠. 절대 안 읽었어요. 반공 교육을 투철하게 받을 때라 그 책을 받는 것만 해도 겁날 지경이었는데 하물며 읽는다는 건…." 신 교수는 "엄마가 막냇동생을 낳은 지 얼마 안 돼 6·25가 터져 소달구지를 타고 힘들게 피란 다닌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북한을 떠올리면 이념이 어떻게 사람을 갈라놓을 수 있는지, 평화는 언제 올지 안타깝기만 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