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침실 그림과 똑같이 꾸민 방이 미국 시카고에 등장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14일 개막한 '반 고흐의 침실들' 특별전 이벤트다. 미술관은 그림 속 방을 재현해 숙박 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를 통해 대여 중이다. 1박당 10달러(약 1만2000원). 이 침실의 투숙객들은 반 고흐가 의도한 절대적 휴식을 경험할까?

'침실'은 반 고흐가 프랑스 남부 아를에서 머물렀던 '노란 집'의 침실을 소재로 했다. '노란 집'은 반 고흐가 예술가 공동체를 꿈꾸며 빌린 곳. 화가는 1888년부터 이듬해까지 이 침실을 세 번 화폭에 담았다.

빈센트 반 고흐의 1889년작 ‘침실’. 그의 ‘침실’ 세 작품 중 두 번째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 소장 중인 '침실' 첫 번째 버전은 반 고흐가 '노란 집'의 첫 손님인 고갱을 기다리며 그린 것이다.

1888년 10월 16일 반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림을 설명했다. "그냥 내 침실에 불과해. 여기에서는 모든 것이 색채에 의존하고 있어. 색채를 단순화시켜 사물에 스타일을 부여함으로써 휴식이나 수면을 떠올리게 하고 싶었단다. 이 그림을 보면 누구나 머리도, 상상력도 쉬게 될 거야."

화가는 친구와의 평온한 생활을 기대하며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고갱의 방문 후 '노란 집'을 채운 것은 팽팽한 긴장이었다. 개성 강한 두 예술가는 끊임없이 충돌했다. 반 고흐는 1888년 12월 극도의 불안 상태에서 귀를 잘랐고 고갱은 파리로 돌아가 버린다.

반 고흐가 정신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사이 수해로 그림이 손상된다. 그는 생 레미의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던 1889년 하반기 '침실'을 다시 그린다.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 소장된 두 번째 버전이다. 화가는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 썼다. "앓고 난 후 내 그림들을 보았더니 '침실'이 가장 훌륭하게 보이더라." 그는 얼마 후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줄 선물로 작은 크기의 세 번째 '침실'을 그린다. 이 그림은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소장 중이다.

가족과 고향을 떠나 살아본 사람은 안다. 내 몸 하나 뉠 수 있는 방 한 칸이 낯선 도시에서의 부평초 같은 삶을 지탱하는 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늦은 밤 귀가해 지친 몸뚱이를 침대에 던질 때면 그 자그마한 공간의 아늑함이 그나마 외로움을 견디게 한다는 것을.

예민한 기질 탓에 마음의 병을 앓았던 화가. 타국을 떠돌며 예술 외에 그 어떤 참된 벗도 만나지 못했던 이 고독한 화가가 자신의 침실을 여러 번 그렸던 것은 안정감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반 고흐는 동생에게 적었다. "문이 닫힌 이 방에서는 다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아. 가구를 그린 선이 완강한 것은 침해받지 않는 휴식을 표현하기 위해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