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날 친가와 처가 부모님께 다녀왔다. 양가 부모님이 모두 살아 계시니 나는 축복 받은 사람이다. 우리 본가는 제사를 모시지는 않고 추도예배로 조상님들을 추모하고 새해를 축하한다. 아침 일찍 예배를 마치고 온 가족이 모여 세배를 드리고 덕담을 나눈 후 떡국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이 세상 맛있는 음식의 가짓수는 이 세상 어머니 수만큼이다”라는 말이 아니어도 우리는 어머니가 해 주는 음식에 대한 향수가 항상 있다. 같은 된장찌개여도 어머니가 해 주신 그 맛이 생각날 때가 있다. 명절 음식은 푸짐하다. 음식이 귀했던 옛날에는 명절에 음식을 해 놓고 며칠 동안 그 음식을 즐기는 게 당연했겠으나 음식이 흔한 요즘도 남아서 처치 곤란할 정도로 음식을 푸짐하게 장만한다.

아침부터 명절 음식의 대명사인 전을 비롯해 한 상이 떡 벌어지게 차려졌고 떡만둣국이 커다란 대접으로 1인당 하나씩 차려졌다. 아침밥을 많이 먹지 않는 아이들은 커다란 대접을 받아 들고 ‘이것을 어찌 다 먹나?’ 하는 표정이었다. 지금의 30대들은 잘 모를 수 있겠지만 내가 국민학교 다닐 때에만 해도 어른들 밥그릇은 지금 식당 공깃밥의 두세 배 정도 크기였다.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한 끼 식사량이 많았다. 게다가 오랜만에 자식 손주들을 본 부모님의 정성까지 더해져 우리의 아침상은 아주 거했다.

입맛을 다시며 김치를 입안에 넣었는데 짜다! 내가 좋아하는 오이와 맛살을 무친 샐러드도 짰고 잡채도 짰다. 그나마 고기와 뼈 국물을 내서 아무 간도 안 한 떡만둣국은 괜찮았는데 부모님은 거기에다가도 소금을 사정없이 뿌리셨다. "너무 짜게 드시는 것 아니냐"는 내 말에 이게 정말 짜냐는 표정의 부모님을 보니 내 입맛이 잘못된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애들 표정을 보아도 음식이 짠 것이 틀림없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체력뿐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 감각도 저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력, 청력, 근력 그리고 미각까지 점점 둔해진다. 이제 여든을 넘으신 부모님이지만 점점 나이 드시는 것을 느낄 때 자식으로서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나이 들면 짠맛 제대로 못 느껴… 10명 중 6명 나트륨 섭취 과다]

이는 처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갈비찜이니 전이니 음식이 우리 입맛에는 짜게 느껴졌는데 두 분은 그저 맛있게 많이 먹으라고 성화다. 집에 와서 저녁을 먹는데 우리 집 반찬이 싱겁게 느껴졌다. 그만큼 짠맛은 중독도 빠르다. 소금에 들어 있는 나트륨은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지나치면 해가 된다. 콩팥이나 심장, 혈관에 무리를 줘 신체 기능을 떨어뜨린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으로 시달리며 “약 힘으로 산다”는 어르신들에게는 독(毒)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미 변해버린 입맛에 소금을 적게 쓰는 것은 어르신들 식욕까지 떨어뜨려 영양 결핍을 초래할 수 있으니 그것도 문제다. 소금을 적게 쓰면서 짠맛을 비슷하게 유지하는 방법으로 소금 대신 간장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 외에 나트륨 함량이 적은 저나트륨 소금도 있는데 여기에는 나트륨 함량이 적은 대신 칼륨 함량이 높아서 콩팥이 건강하지 못한 어르신들에게는 더 안 좋을 수도 있다.

삼국시대 명장 김유신은 전쟁터에서 돌아오는 도중 다시 출전 명령이 떨어지자 집 앞을 지나며 우물물을 길어오게 한 후 “우리 집 물맛이 변함없으니 우리 집에 별일은 없구나”라며 집에 들르지 않고 다시 전쟁터로 출정했다고 한다. 부모님과 따로 사는 우리는 어머니 음식이 짜졌다고 느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은 그 사실을 모를 때 부모님이 예전 같지 않고 늙으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둔해진 미각 되찾으려면 녹황색 채소 드세요]

나이 들면 짜게 먹는 이유

혀에는 8000개 이상의 미각세포가 있다. 혀의 부위와 상관없이 각각의 미각세포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의 5가지 맛을 모두 인지한다. 미각세포가 맛을 인지하면 뇌에 신호를 보내게 되고, 뇌에 있는 신경세포가 신호에 반응하면서 맛을 느끼게 된다.

침은 음식물을 부드럽게 만들어 혀가 맛을 느끼도록 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침 분비가 줄어든다. 침을 만드는 침샘이 노화해 기능이 점차 떨어지고, 침이 나오는 관에 각종 이물질이 쌓여 좁아지기 때문이다. 침이 부족하면 입 안에 있는 음식이 침과 제대로 섞이지 못해 액체가 되기 힘들다. 대구카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예미경 교수는 "음식물이 액체가 아니면 미각세포를 제대로 자극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결국 침 분비가 줄어들면 미각이 둔해지고, 맛을 예전처럼 느끼기 위해 더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된다. ▷기사 더보기

짜게 먹으면 골절 위험 높아진다

일본의 한 대학 연구팀은 짜게 먹을 경우 골절 위험이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골다공증 검사를 받은 63세 이상 폐경 여성 213명을 대상으로 일일 나트륨 섭취량과 골절 위험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나트륨을 많이 섭취한 그룹은 적게 섭취한 그룹보다 비척추 골절 위험이 4.1배나 높았다.
우리가 섭취한 나트륨은 혈액 속 칼슘과 결합해 소변으로 배출된다. 혈액 속 칼슘이 부족해지면 우리 몸은 뼛속 칼슘을 녹여 이를 보충한다. 즉,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뼈가 약해지고 골절 위험이 높아진다.

또한 관절염이 있는 노인의 경우 부종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우리 몸을 붓게 하는 소금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체내에서 혈관과 체액세포에 녹아 물을 계속 끌어당긴다. 소금의 짠 성분을 희석시키기 위한 이 같은 삼투압현상은 많은 수분을 끌어들여 물이 세포 사이에 계속 고여 있게 하며 결국 부종으로 이어지게 된다. 소금을 한번에 많이 섭취했을 경우 신장의 노력을 통해 몸 밖으로 완전히 배설될 때까지 적어도 3일 동안은 부종이 계속된다고 알려져 있다. 체내 나트륨이 혈액을 따라 온 몸의 기관을 돌기 때문에 이미 부어 있는 관절도 더 붓게 하며, 관절뿐 아니라 몸 곳곳의 다른 기관에도 부종을 일으킨다.

하지만 노인들은 대부분 미각이 둔해지고 오래 동안 길들어진 식습관에 입맛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그렇더라도 고령이면서 관절염 등 만성질환이 있을수록 무엇보다 가급적 소금을 줄이는 식습관이 필요하다. ▷기사 더보기

나이들어 단맛 당기면 치매를 의심하라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뇌질환에서는 미각의 변화가 온다. 대개는 성장하면서 입력된 이차적 맛감각이 소실돼 아이들과 같은 입맛으로 돌아간다. 우리나라 알츠하이머병 노인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변화를 보인다.


첫째, 밥 식사보다는 과자나 빵과 같은 군것질을 더 좋아하게 된다.
둘째, 된장·고추장·김치 등이 싫어지면서 단 것을 찾는 경향을 보인다. 단 것을 좋아하는 경향은 전 세계 환자들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셋째는 집보다 음식점에서는 식사를 잘하는 성향을 보인다. 특히 경미한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부인이 식사 준비를 해야 하는 경우, 남편의 입맛에 맞추거나 늘 해온 대로 음식을 준비하기 때문에 본인의 입맛에는 안 맞아 식욕을 잃고 식사를 못해서 몸무게가 빠지는 경우가 잦다.

전두엽 기능 손상이 오면 반대로 과식증 또는 다식증을 보이기도 한다. 과식증은 음식이 눈에 보이거나, 다른 사람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거나, TV에서 식사하는 장면을 나오면, 배가 불러도 음식을 달라고 하고, 식사를 해야 하는 증상이다. 이로 인해 갑작스런 체중 증가가 따라온다. 다식증은 반찬으로 먹던 음식을 밥처럼 먹거나, 평소에 전혀 못 먹던 음식, 또는 음식으로 먹을 수 없는 것을 먹는 증상이다. 어르신들에게 갑작스런 입맛이나 체중 변화가 있으면, 퇴행성 뇌질환에 의한 증상일 가능성도 의심해봐야 한다.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