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의 아이폰에 담긴 내용을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볼 수 있도록 협조하라는 법원 명령을 애플이 정면으로 거부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애플의 놀라운 보안체계 때문에 첨단 기술을 수사에 접목하는 FBI가 아이폰 하나를 열지 못해 제조사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고 1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FBI는 작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버너디노에서 총기난사로 14명을 살해한 테러범 사이드 파룩의 잠긴 아이폰 교신 내용을 파악해 공범 여부나 극단주의 세력과 연계성을 조사하는 도중 아이폰 잠금해제를 위해 석 달 넘게 씨름하고 있다.
FBI는 파푹의 아이폰 잠금을 해제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합을 넣는 '무차별 대입 공격'을 사용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이폰의 최신 보안체계는 잠금 해제를 위한 암호 입력을 5차례 틀리면 다음 입력까지는 1분을 기다려야 하고, 9차례 틀린 뒤로부터는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사용자는 핸드폰 잠금을 푸는 암호를 10번 넘게 틀리면 자료가 자동으로 삭제되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현재 FBI는 틀린 암호를 입력하더라도 다음 입력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없애달라고 애플 측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 이 요구를 들어준다고 해도 아이폰에는 더 큰 보안장벽이 버티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이 암호를 인식하는데 12분의 1초가 걸리도록 복잡한 연산장치를 만들어 놓았다. FBI가 고속 입력기를 가동해 여러 암호를 시도해 본다고 해도 1초에 12개 밖에 입력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알파벳 소문자와 숫자가 섞인 6자리 조합의 21억 7000만 경우를 모두 시도해 보려면 총 5년 6개월이 필요하다. 만약 암호 6자리가 대문자, 소문자와 숫자를 합해서 이뤄졌다면 조합의 수는 568억개에 이르고, 입력 시간은 144년이 필요하다.
앞서 미국 연방 치안판사 셰리 핌은 테러범 파룩의 '아이폰5c'에 담긴 암호화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애플이 수사당국에 '합리적인 기술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그는 비밀번호를 여러 번 틀렸을 때 휴대전화 안의 정보를 자동으로 삭제하는 아이폰의 기능을 무력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애플이 FBI에 제공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팀 쿡 애플 CEO는 17일 고객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보안장벽을 우회하는 '백도어'가) 한 번 만들어지면 다른 기기에도 계속 사용될 우려가 있다"며 FBI의 협조 요구를 거절했다.
쿡은 "미국 정부는 애플이 우리 고객의 보안을 위협하는 전에 없는 조처를 받아들이라고 요구해 왔는데 우리는 이 명령에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는 애플이 우리 고객을 해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수십년 동안 발전시켜온 보안을 해치려고 한다"며 "이 명령은 법률 문제의 차원을 뛰어넘는 더 심각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입력 2016.02.18. 14:06업데이트 2016.02.1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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