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체코음악박물관에서 공개된 '오필리아의 건강을 위하여' 악보.

오스트리아의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이탈리아 출신 안토니오 살리에리가 함께 작곡한 작품이 230여 년 만에 발견됐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는 영화 ‘아마데우스’ 등에서 라이벌로 묘사됐지만, 이 작품의 발견으로 사실 친한 관계였다는 학계의 정설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 시각)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프라하 체코음악박물관에서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코르네티’로 알려진 음악가 3명이 공동 작곡한 것으로 밝혀진 칸타타 ‘오필리아의 건강을 위하여(Per la ricuperata salute di Offelia)’가 피아노와 유사한 중세 악기 ‘하프시코드’로 연주됐다. 칸타타는 17~18세기 유럽에서 발전한 성악곡의 한 형식이다.

악기 '하프시코드'로 연주되고 있는 '오필리아의 건강을 위하여'.

‘오필리아의 건강을 위하여’는 모차르트가 사망하기 6년 전인 1785년에 만들어졌다. 시인 로렌조 다 폰테가 쓴 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 당시 빈에서 활동하던 영국 출신 성악가 낸시 스토레이스에게 헌정됐다.

곡의 길이는 약 4분으로, 3개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목가적 스타일로 만들어진 첫째 부분은 살리에리가, 행진곡풍의 둘째 부분은 모차르트가 썼다. 코르네티가 작곡한 마지막 셋째 부분은 살리에리의 첫째 부분과 비슷하다.

이날 연주를 맡은 음악가 루카스 벤들은 “모차르트가 작곡한 부분은 기발하고 드라마틱하며, 살리에리가 작곡한 부분은 서정적”이라며 “누가 더 훌륭한지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곡의 악보는 1950년대 체코음악박물관에서 발견됐지만 정체가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독일의 음악학자 티모 주코 헤르만이 박물관 자료를 검색하다가 이 곡이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작품이라고 밝혀냈다. 헤르만은 “1785년 당시 광고에서 작품 제목을 찾아냈다” 설명했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는 그동안 앙숙으로 묘사됐고, 살리에리는 1791년 31세의 나이로 요절한 모차르트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러시아 문호 푸시킨은 1830년 발표한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에서 살리에리를 질투에 눈이 멀어 모차르트를 죽인 범인으로 그렸다. 1984년작인 영화 ‘아마데우스’도 역시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독살하는 내용이다.

헤르만은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는 빈에서 활동하던 시절 살리에리가 작곡, 모차르트는 피아노 연주 등 공동 작업을 하곤 했다”면서 “이 작품은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친근한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