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다다오(75)는 공고 기계과 졸업이 최종 학력이지만 트레이드 마크인 노출 콘크리트와 기하학적 엄격함으로 세계적 건축가 반열에 올랐다.

지난 4일 일본 오사카 '안도 다다오(安藤忠雄) 건축연구소'에서 안도 다다오 선생을 인터뷰했다. 세계적으로 바쁘게 활동하는 그이기에 인터뷰가 가능할지 걱정했으나 조선 풍수학인의 관점에서 "한 수 배우고 싶다"는 편지와 오사카 시립대 노자키 미쓰히코(野琦充彦) 교수의 '신원 보증'이 통했던 듯하다.

대학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그가 독학으로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었다는 이력과 건축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존경받을 만하다.

필자가 안도 선생의 건축 세계를 알게 된 것은 답사 중 조우한 두 건축물 덕분이었다. 하나는 제주 섭지코지에 있는 건축물 지니어스 로사이(Genius Loci)였다. 지니어스 로사이는 본래 라틴어로 '땅을 지키는 수호신'이란 뜻이다. 오래전 노르웨이 출신 노베르그―슐츠가 쓴 책 'Genius Loci'가 '장소의 혼'이란 이름으로 국내 출간되었기에 그 단어의 의미를 알고 있던 터였다. 동양의 풍수적 관념과 흡사하다.

또 하나는 강원도 원주 어느 산골에 있는 '뮤지엄 산'이라는 박물관이다. 산골은 골바람이 심하다. 산 정상이라 물이 있을 수 없다.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건축물이 세워졌다. 건축물 외부 높은 벽이 인상적이었다. 또 건축물 주변에 물(연못·澤)을 채워놓았다. "바람을 갈무리하고 물을 얻는다(藏風得水)"는 고전적 풍수 정의를 건축물로 구현하고 있었다. 또한 "산 위에 연못이 있는 것이 함이다(山上有澤咸)"라는 주역의 함괘(咸卦)가 형상화됨을 보았다. 주역에서 산과 연못은 소년과 소녀를 상징한다. 젊은 소년과 소녀가 만났으니 얼마나 기뻐하고 감동하겠는가. 바로 그것이 함(咸)이란 뜻이며 동시에 감(感), 즉 느껴서 감동한다는 뜻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느끼고 감동하여 즐거워한다. 이 역시 안도 선생 작품이었다.

안도 선생은 필자에게 한국에서 만들었거나 진행 중인 작품(건축)물들을 가지고 설명했다. 한국의 클라이언트(건축 의뢰 건물주)들은 주로 재벌가들이었다. 필자가 준비한 12개 항목의 질문을 예정된 1시간에 모두 소화할 수 없었지만, 인터뷰가 끝나고도 연구원 소고 간야(十河完也) 선생이 보충 답변을 해주어 '안도 다다오의 건축과 풍수관'을 충분히 논할 수 있었다.

안도 선생은 "건물의 최종 목적은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여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장소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늘 지형지세를 깊이 읽어 땅의 문맥과 그 땅이 가지고 있는 성격과 힘을 아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풍수에서 땅을 보고 혈(穴)을 찾고(尋) 만드는(作) 과정과 전적으로 상통한다. 혈이란 좋은 기가 모인 곳을 말한다. 좋은 기가 모이면 사람들이 절로 꼬인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돈·정보·권력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명당발복의 터와 건물이 된다. 안도 선생의 작품이 그렇다. 그의 작품들을 보러 많은 사람이 찾는 것은 그가 유명해서가 아니다.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흡인력(氣)이 있기 때문이다.

안도 선생과의 면담이 있은 지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인터뷰 장면 하나가 선연히 떠오른다.

"왜 굳이 콘크리트 건물을 고집하십니까?"(필자)

"아무나 쓸 수 있는 값싼 재료(시멘트)를 가지고 아무도 보지 못한 건물을 만들고자 함입니다. 바람(風)·물(水)·빛(光)은 차갑고 딱딱한 느낌을 주는 콘크리트 건물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바꾸는 자연스러운 도구입니다."(안도 다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