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 신청이 늘어나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 지난해 11월말까지 2년6개월여간 서울가정법원에만 1300여건 이상의 성년후견 신청이 접수됐다.

“성년후견은 아직 대상자의 10분의1도 신청 안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만난 한 가정법원 판사는 “일상 생활이 어렵다고 추산되는 장애인과 노인 다수는 왜 성년후견을 신청을 하지 않을까” 되물으며 이같이 말했다.

성년후견제도는 처음에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보건복지부가 관장하는 특별법 형식으로 입법이 시도됐다. 하지만 진행과정에서 기존 금치산, 한정치산을 대체하는 제도로 민법에 수용됐다. 그 과정에서 성년후견 대상은 확대됐지만, 성년후견제도 자체가 지닌 사회복지적 측면이 약화됐다.

이현곤(47·사법연수원 29기) 새올 대표 변호사는 “제도가 제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점을 하루빨리 보완해야 한다. 성년후견제도 후속 법령 개정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성년후견개시가 첫걸음을 뗀 지 이제 막 2년반 지난 현재 성년후견제도의 보완점들을 살펴본다.

◆ 후견인 신청하면 투표도 할 수 없어?...비인권적 사항은 수정돼야

성년후견은 정신적 제약으로 일 처리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대신해 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해 법률행위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렇다면 후견인이 선임되면 피후견인은 선거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2013년 일본 도쿄지방재판소는 다운증후군 장애를 가진 나고야 다쿠미(名児耶匠)가 “성년후견인을 지정했다는 이유로 선거권을 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한 가정법원 판사는 “일본 법원은 위헌 결정을 거의 안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성년후견 받는 사람의 선거권 제한 위헌 결정은 의미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2년여전 도입된 국내 성년후견제도 아래에서는 투표권, 선거권 등 각종 자격 취득·임용·사업허가·인가가 제한된다. 한 가정법원 판사는 “성년 후견은 피후견인을 ‘이제부터 완전히 능력 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어주는 게 아니라 도움을 주는 ‘보완’ 개념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기본권리인 선거권도 보장 못받으면 누가 신청하겠느냐”고 했다.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윤홍근(56·사법연수원14기) 율촌 변호사는 “피후견인에 대해 각종 자격취득·임용·사업허가 등을 제한하는 것은 성년후견제도 취지에 반한다. 이는 제도가 자리잡는 데 중대한 걸림돌이다”라고 했다. 윤 변호사는 “피후견인에 대한 각종 자격제한이 인간의 존엄성은 물론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 아닌가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강호순(50·사법연수원 23기) 화우 변호사는 “성년후견을 받게 되면 판단력이 없다는 것을 법원한테서 공인받는다는 인식이 있어서 사람들이 그 부분을 꺼려하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성년후견개시 심판청구서 예시

◆ 판사 2명이 1000여건 관리하는 인력난 해결해야

성년후견제도가 자리잡기 위해 해결해야될 과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성년후견제도는 법원이 개별 사안마다 피후견인의 능력을 살펴 후견인과 후견인 범위를 정하는 것을 넘어 후견인에 대한 감독 사무까지 담당한다. 후견개시 결정이 내려지면 법원은 후견감독절차에 들어가 부실한 후견인을 변경하거나 필요한 처분명령을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법원에 충분한 인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서울가정법원은 김성우 판사와 김지숙 판사 두명이 사건을 전담하면서 후견감독 사건도 함께 담당하고 있다. 이들이 조사관·참여관·실무관 등 직원과 성년후견 사건 1000여건을 전담하고 있다.

이현곤 변호사는 “성년후견이 자리잡기 위해 인력과 예산이 동반돼야 하는데 현재는 성년후견 법만 만들어진 상황이다. 지방법원은 서울보다 인력난이 더 심하다”고 했다.

성년후견 제도에서 후견인 지정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향후 관리다.

후견인이 제대로 활동하는 지, 감독하는 지에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 여부가 달렸다. 하지만 후견감독이 피후견자의 일생동안 계속된다는 특성상 후견감독사건은 앞으로 누적될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금치산·한정치산자도 성년후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2018년 7월 이후에는 더 많은 사건이 쏟아질 모습이다.

일본의 경우 성년후견센터 설립 이전 업무 과중으로 시스템을 개시((開始)계와 감독계로 변경, 구분했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성년후견 사건이 누적되는 경우를 대비해 향후 개시사건 담당 조사관과 감독사건 담당 조사관을 분류해 업무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은효(59·군법무 6회) 변호사는 “우리나라같이 친족이 90%가까이 후견역할을 하는 경우에는 감독이 중요하다. 친족이 짜고 후견인을 선정받으면 속수무책이다. 후견 감독인 선임과 법원 인력도 늘려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