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는 온 가족이 모여 조상께 차례를 지내고 웃어른께 새해 첫인사인 세배를 드린다.
세배를 받은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주며 한 해의 복을 바라는 덕담을 건넨다.

그런데 세뱃돈은 언제부터 주고받기 시작했을까?

2016년 2월 3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엘스아파트 경로당에서 어린이집 원아들이 설을 앞두고 어르신들에게 합동 세배를 하고 있다.

조선시대, 세배 후 덕담 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문화

세뱃돈의 역사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문헌을 보면 조선시대에는 세뱃돈 풍습이 없었고 세배를 하면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덕담을 하고 서로 음식을 나눠 먹었다고 한다. 당시 신하들이 신년하례를 하면 임금님이 제주도 귤을 4개씩 줬다고 전해진다.

일제시대·해방 이후, 주춤했다가 1960년대 중반부터 10원 주는 풍습

세뱃돈 풍습은 구한말 이후 중국이나 일본에서 들어와 퍼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1세기 북송시대부터 음력 1월 1일이 되면 결혼을 하지 않은 자녀에게 '나쁜 일을 물리치는 돈'이라는 의미로 붉은 봉투에 돈을 넣어 덕담과 함께 건네는 풍습이 있었고, 일본은 에도 막부 시대인 17세기 무렵 대도시를 중심으로 설날에 '오토시다마'라고 부르는 세뱃돈을 주는 풍습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말기 문신이자 서예가인 최영녕이 일제 강점기 무렵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해동죽지'에 세배를 한 어린이들에게 '세배값'이라 부르는 세뱃돈을 건넸다는 기록이 있다. 이때는 세뱃돈을 넣은 봉투 겉면에 '책값' '붓값'등 세뱃돈의 용도까지 적어 건네주었다고 한다.

일제시대나 해방 후에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주춤했다가 가계 살림살이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한 1960년대 중반부터 아이들에게 10원짜리 지폐를 세뱃돈으로 주는 풍습이 퍼지기 시작했다. 당시 1원으로 만화책 두세 권을 빌릴 수 있었고 왕사탕 다섯 개를 살 수 있었다고 하니, 10원이면 지금 돈으로 환산했을때 만원 정도 되는 돈이라고 한다.

1982년, 세뱃돈 급격하게 올라 1000원

세뱃돈이 급격하게 오른 것은 1982년 들어서다. 지폐였던 500원 짜리가 동전으로 바뀌면서 봉투에 담아 세뱃돈으로 주기 부적절해진 것. 이때부터 세뱃돈의 최소단위가 1000원으로 급상승했다. 결혼 축의금 등의 경조사비가 덩달아 오른 시기다.

1980년대 중반, 세뱃돈도 5000원대에 진입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치른 80년대 중반에는 물가가 급등하면서 1000원 한 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줄었다. 별 수 없이 세뱃돈도 5000원대에 진입하게 된다.

1990년대, 만원 단위로 껑충 뛰었지만 외환위기에…

시대 흐름에 따라 서서히 커지던 세뱃돈 단위는 1990년대 경제 성장이 본격화하면서 만원 단위로 껑충 뛰었지만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다시 1000원짜리가 등장하는 등 세뱃돈도 경기를 탔다.

최근에는…

2009년 5만원권이 등장하면서 세뱃돈에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동안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2달러짜리 지폐를 받은 후 모나코의 왕비가 됐다는 행운의 2달러 등 외국화폐 세뱃돈 세트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현금 대신 문화상품권을 주는 사람들도 있다. 문화상품권은 5000원 단위로 2~3만원어치만 사서 줘도 많아 보이고 책을 사거나 영화를 볼 수 있어 문화상품권 매출이 설 명절 전에 급증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모바일 상품권이 인기를 끌고 있다. 모바일 상품권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서 구매할 수 있는데, 종이 상품권보다 5%가량 저렴해 부모들이 인터넷에서 구입해 아이들 스마트폰으로 직접 전송해주기도 한다.

재미로 보는 세뱃돈 Q&A

설연휴가 오면 세뱃돈을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작은 고민이 생긴다. 세뱃돈을 언제까지 받아야 할까, 얼마나 줘야 할까 세뱃돈을 둘러싼 고민들... 과거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 에서 인기를 얻었던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 코너에서 다뤘던 내용을 소개한다.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애매한 상황에 아직까지 고민하고 있다면 참고 해보자.

개그콘서트에서 했었던 '애정남' 코너의 한 장면
▶ 세뱃돈 언제까지 받아야 할까?

개인 소득이 없으면 ( ○ )
개인 소득이 있으면 ( X )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 ○ )
단, 취업했다가 백수로 돌아온 '돌백' ( X )


※ 설명: 일단 소득이 없는 학생들은 세뱃돈 받을 수 있다. 나이 많은 대학원생이라도 소득이 없으면 세뱃돈을 받는 것. 하지만 대학교 4학년이라도 빨리 취업해 회사에 다니면 세뱃돈을 받지 않는다.

근로소득세를 낸다면 더 이상 못 받는다. 파트타임, 아르바이트생이나 취업 준비생은 세뱃돈 받을 수 있다. 단, 취업했다가 다시 백수가 된 '돌백'은 세뱃돈 못 받는다. (한번 못 받으면 그때부터 쭉 못 받는 것)

▶ 부모님께 드리는 세뱃돈

연봉 2000만원 이하 - 10만원씩
연봉 2000만~3000만원 - 15만원씩
연봉 3000만~4000만원 - 20만원씩
 
기혼자 맞벌이 부부 - 양가에 똑같이 적용
기혼자 외벌이 부부 - 양가에 절반씩 적용

※ 설명: 세뱃돈을 안 받는 걸로 끝나면 좋겠지만 그때부터는 부모님께 드려야 한다. 액수는 일단 연봉을 기준으로 10만원부터 차츰 늘려간다. 이때 한 분에게 몰아 드리지 않고 아버지, 어머니께 따로 드린다.

결혼한 사람들은 조금 달라진다. 맞벌이 부부면 양가 부모님께 똑같이 적용한다.  그런데 혼자 번다면 절반씩 잘라서 드린다. (그리고 고향 갈 때 선물 사가지고 가면 그 비용은 세뱃돈에서 빼는 것)

자녀·조카에게 주는 세뱃돈

미취학 아동 - 5000원
초등학생 - 1만원
중학생 - 2만원
고등학생 - 3만원
대학생·대학원생·취업 준비생 - 5만원

※ 설명: 일단 5000원부터 시작. 세배 안 하고 울기만 해도 얼굴 봤으니 준다. 근데 5촌 이상 넘어가는 조카나 손자뻘 되는 애들은 조정이 필요하다. 50%씩 깎으면 된다. 혹시 아이가 이름이나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면 조금 더 얹어주면 된다. (그런데 형은 1만원 주고 자기는 5000원 줬다고 우는 애들 꼭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