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보조금 소송에서 국세청을 대리해 패소한 김앤장이 이번엔 SK텔레콤을 대리해 보조금 소송에 나섰지만 패소했다. 보조금 소송에서 한번은 방패, 한번은 창의 역할을 맡았지만 두 번 다 실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경란) 지난 28일 SKT가 남대문세무서를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경정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지난 4일 대법원 3부(주심 김용덕 대법관)이 “KT가 지급한 휴대전화 보조금에 부과된 부가가치세를 환급 하라”는 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결과와 상반됐다. 이 소송에서 김앤장은 국세청을 대리했다.
KT는 통신서비스업체이지만 단말기유통을 함께 해 보조금 단말기에 대한 에누리액으로 인정받았지만, SKT는 SK네트웍스에 단말기 유통을 맡겨 보조금을 단말기 값에서 직접 공제된 에누리액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법원은 단순 장려금으로 판단했다.
에누리액은 재화나 용역의 통상 공급가액에서 일정액을 직접 공제하는 금액을 말한다. 부가가치세법은 ‘에누리액은 과세표준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2003년 신세기통신이 부가가치세 환급 상고심에서 승소한 선례가 있었지만 통신 3사는 국세청 눈치만 봤다.
국세청이 통신사 보조금이 허락된 2006년부터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 이전인 2014년까지 휴대폰을 할인해 주는 보조금은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이라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KT가 2010년 가장 먼저 ‘용기’를 냈다. 국세청은 신세기통신과 KT는 다르다고 유권 해석을 내렸지만 KT는 13개 세무서를 상대로 부가가치세 환급 소송을 냈다.
SKT는 LG유플러스도 소송을 제기하자 2014년 8월에서야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은 에누리액”이라며 보조금에 부과된 부가가치세를 환급해 달라는 소송을 남대문세무서를 상대로 냈다.
법조계에서는 SKT가 국세청을 상대로 한 소송을 통신 3사 중 가장 나중에 낸 이유를 KT와 LG유플러스가 휴대전화 유통 구조가 다르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유통 둘 다 했지만 SKT는 SK네트웍스를 통해 단말기를 유통했다.
다른 통신사와 유통하는 방식이 다른 상황이 불안했던 것일까? SKT는 KT소송에서 국세청을 대리하고 있던 김앤장을 찾았다.
김앤장은 "정병문 변호사는 KT 부가가치세 환급 소송에서 국세청을 대리했지만, SKT는 유통 구조가 다르고 적용 법리도 달라 사건을 맡았다. '쌍방 대리'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앤장은 KT소송에서 국세청을 대리하고 있던 정병문(54·사법연수원 16기) 변호사를 SKT 사건에 투입했다.
조세 전문 변호사인 이지수(52·〃17기) 변호사, 조성권(49·〃23기), 김해마중(39·〃32기), 오경석(40·〃37기), 구종환(변호사시험 3회) 변호사도 투입됐다.
정병문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대 출신으로 부산지법,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조세조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뒤 2006년 김앤장에 합류했다.
이지수 변호사는 세무조사, 금융세무 자문 업무를 담당하는 조세 전문 변호사다. 1988년 수원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가정법원, 청주지법 충주지원에서 판사로 6년간 재직한 뒤 1996년 김앤장에 합류했다. 2009~2010년 심사청구 및 과세전적부심사청구를 주관하는 국세청 납세자보호관(국장)으로 일했다.
조성권 변호사는 1997년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판사로 시작해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조세조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역임했다. 2012년부터 김앤장에서 일하고 있다. 김해마중 변호사는 2003년 연수원을 나와 서울대 법과대학원에서 법학석사를 마친 뒤 2006년 김앤장에 입사했다.
오경석 변호사는 2001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뒤 삼일회계법인에서 일했다. 2005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8년 수원지법에서 판사를 시작했다. 그는 대법 재판연구관을 지낸 뒤 2012년 김앤장에 합류했다.
구종환 변호사는 2006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국세청 행정사무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청주세무서 납세자 보호담당관 등을 지냈다. 2014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김앤장에 합류했다.
변호인단은 "결과적으로 휴대 전화를 할인해 팔았다. 보조금이 에누리로 인정되지 않으면 고객에게서 받지 않은 돈에 대한 세금까지 납부하게 된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들은 단말기 구입 비용의 일부를 지원 받는 조건으로 이동통신 서비스 의무 사용 기간을 적용한 점과 약정 기간 내 서비스 이용자가 이동통신 서비스 의무 사용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SKT에 위약금을 납부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약정을 통해 서비스 이용자가 단말기를 할인받았으므로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SKT와 김앤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인 SKT가 지급한 보조금은 이동통신 서비스에서 공제해준 것이 아니라 단말기 공급가액에서 공제했다.”
KT의 부가가치세 환급 상소심에서 패소해 1144억원을 돌려줘야 할 처지에 놓인 세무 당국은 이번 승소로 한 숨 돌렸다.
세무당국을 위기에서 구출한 것은 바른이다. 바른은 초기부터 강훈(62·〃14기) 대표변호사가 직접 나섰다. 국세청 대리 사건은 변호사 비용에 제한이 있어 수임료가 비싼 대표변호사가 직접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정기돈(56·〃19기), 조용민(41·〃36기) , 최유선(35·〃변호사시험 1회) 변호사도 위임장을 제출했다.
강훈 변호사는 1985년 판사로 임용된 후 수원지법, 서울지법에서 판사로 일했다. 1998년 2월 서울고등법원 판사로 퇴임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고, 1998년부터 바른을 이끌고 있다.
정기돈 변호사는 1990년 대전지법을 시작으로 인천지법, 서울행정법원 등에서 9년간 판사로 재직한 뒤 1999년 바른에 합류했다. 조세와 행정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 변호사다.
조용민 변호사는 2007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중부지방국세청 국제심사위원, KPMG 삼정회계법인 세무본부 고문변호사, 서울지방국세청 고문변호사 등을 지낸 뒤 2007년 바른에 합류했다.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최유선 변호사는 이화여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제일모직 법무팀에서 2년간 일하다가 2012년 변호사시험을 합격한 뒤 바른에 합류했다.
바른은 김앤장을 상대로 이용약관 등을 통해 SKT가 보조금을 통신서비스의 보조 수단으로 지원했다는 점을 강조해 보조금이 재화가 아닌 서비스에 대한 단순 장려금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
바른은 SKT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기준을 ‘이동전화서비스 이용약관’의 형태로 명시한 점을 내세워 보조금을 단말기에서 직접 공제하지 않았다는 논리로 맞섰다.
SKT가 단말기를 SK네트웍스로부터 공급 받아 서비스 이용자에게 판매해 이동통신서비스 공급가액에서 직접 공제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SKT는 보조금에 대해 이용약관에서 단말기 구입 비용의 일부로 지급되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SKT가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이동통신 서비스를 공급함에 있어서 공급가액에서 직접 공제했다고 볼 수 없다.”
재판부는 “단말기 공급가액에서 공제가 이뤄진 이상 이동통신 서비스가 아닌 단말기의 공급과 관련된 에누리액에 해당한다. SKT가 제공하는 이동통신 서비스에 관해서는 공급가액에서 차감되지 않는 장려금에 불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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