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게임은 하지 않는다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이러한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률 상담 플랫폼 ‘로톡(law talk)’이 등장했다. 로톡을 통해 본인의 사건과 유사한 사례를 검색하고 그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를 찾을 수도 있다. 상담 글을 남기면 24시간 이내에 로톡의 회원 변호사에게서 속 시원한 답변을 얻게 된다.

로톡을 만든 로앤컴퍼니는 2012년 설립됐다. 대한민국 법률 서비스의 선진화·대중화를 이끌어나가겠다는 사명감을 토대로 세워진 회사다. 법률과 IT 기술의 결합으로 탄생한 로톡은 변호사 찾기와 사례 찾기, 상담 글 쓰기의 세 가지 메뉴로 구성되어 있다. 변호사들은 변호사 자격 취득 여부를 검증받고 학력, 경력, 전문성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 후 로톡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의뢰인들이 로톡 서비스를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현재 로톡에는 350명 이상의 변호사가 등록되어 있다. 법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의뢰인들은 물론이고 변호사들에게도 로톡은 매우 유용한 플랫폼이다. 상담 신청자들의 문의에 답함으로써 임대차, 이혼 등 자신의 전문 분야를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스쿨이 설립되고 변호사의 수가 점점 많아지면서 경쟁이 많이 치열해졌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변호사법으로 인해 변호사들이 스스로를 알릴 수 있는 수단이나 공간은 제한적이에요. 경험이 부족한 변호사들은 본인의 전문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합니다. 그들이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로톡이에요.”

로앤컴퍼니의 김본환 대표는 어린 시절 훌륭한 법관이 되겠다는 꿈이 있었다. 그러나 대입 시험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되자, 그는 과감하게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가고 싶던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어요. 시작부터 목표 달성에 실패하니까 이 세계에서 이미 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인생의 신조가 ‘지는 게임은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다’거든요. 학부에 입학하고 나서 제가 이기는 게임을 할 수 있는 길을 고민하다가 사업을 생각했어요.”

안정된 엘리트의 길을 포기하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사업의 세계로 들어가려는 그를 주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부모님의 반대도 심했다. 그러나 김 대표의 결심은 확고했다. 그는 사업에 대한 자신의 열망을 관철하기 위해 5개월 만에 41kg을 감량했다. 어릴 때부터 쭉 ‘살 좀 빼야겠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살아온 김 대표는 원래 116kg의 거구였다. 본인의 타고난 체질까지 변화시키는 독한 모습을 보여주자, 아무도 김 대표의 뜻을 꺾을 수 없었다.

김 대표는 법학과에 다니던 2003년, 온·오프라인에서 교육 관련 콘텐츠를 판매하고 컨설팅을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꽤 잘나가던 사업이었지만 김 대표는 사업 멘토이기도 했던 대표이사에게 20여억 원의 사기를 당했다. 억장이 무너지고 마치 세상이 끝난 듯한 좌절감에 빠졌지만 거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첫 번째 사업에서 실패를 겪고서 변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로스쿨에 진학했습니다. 그렇지만 법관이 될 생각으로 로스쿨에 간 건 아니에요. 이미 제 몸속의 DNA가 사업을 위한 구조로 변했거든요(웃음).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법률 관련 사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기도 했고요.”

김 대표는 로스쿨에 다니면서 법률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했고, 그 변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이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세 명(이휘진, 정재성, 여인한)의 공동 창업자들과 함께 로앤컴퍼니를 세웠다. 이휘진 이사는 김 대표의 초·중·고 동창생으로 아홉 살 때부터 알고 지내온 막역한 친구다.

정재성 이사는 대학 시절 경영 전략 학회를 함께 했던 친구였고, 여인한 이사는 김 대표가 로스쿨에서 만난 동기의 지인이었다. 회사 설립 이후 김 대표는 자신의 마음을 충족시킬 수 있는 동료들로 팀을 구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따뜻한 기술 아이디어 공모전’ 최우수상

“저는 팀을 구성할 때 결핍을 극복해본 적이 있는 사람들을 선호해요. 이 경험은 어려움을 스스로 이겨내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입니다. 일할 때 ‘끝까지 함께 갈 수 있겠구나’ 하는 믿음이 들게 만드는 사람의 조건 중 하나가 결핍을 극복해본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로앤컴퍼니의 핵심 사업 모델인 로톡은 2014년 2월 베타 서비스를 실시했다.

처음에는 의뢰인과 변호사 간 소통 창구로서의 기능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일대일 채팅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1년 정도 로톡을 운영하면서 김 대표는 의뢰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말부터 서버 내부에서 상담 사례를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추가했다.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로톡의 공개 상담 사례를 카드형 콘텐츠로 만들어 SNS나 포털 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도록 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로앤컴퍼니는 2014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주최한 ‘따뜻한 기술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또 2015년에는 스타트업 전문 벤처 캐피털인 쿨리지코너 인베스트먼트가 결성한 ‘ccvc 소셜 벤처 투자 조합’의 첫 투자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민의 법률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 사회적 기업으로서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로앤 컴퍼니의 직원들. 로앤컴퍼니는 김본환 대표를 포함한 4명의 멤버가 공동 창업해 현재는 16명의 정직원이 근무하는 회사가 되었다.

김 대표는 로앤컴퍼니를 사회적 기업인 동시에 법률 테크(legal tech) 기업으로 소개한다. 법률 서비스와 IT 기술을 접목시킨 법률 테크라는 분야는 미국, 일본 등에서 이미 제법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한국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개념이다.

“변호사 수가 증가하면서 마케팅 플랫폼의 필요성이 커졌던 일본의 5~6년 전 모습과 현재 우리의 상황이 매우 유사해요. 일본에서 우리와 거의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벤고시 닷컴이라는 회사가 있는데 2014년 12월 증시에 상장했습니다. 벤고시 닷컴의 궤적을 따라가는 게 저희에게 가장 이상적인 전략이 아닐까 생각해요.”

하루 평균 로톡 홈페이지의 방문자 수는 수천 명에 달하며 2만 명 이상이 페이지에 접속한 날도 있었다. 로톡의 회원 변호사 중 한 명은 본인의 수입 중 50% 이상이 로톡에서 발생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 오기도 했다. 그러나 김본환 대표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법률 서비스를 이용하는 의뢰인들은 명확한 특성이 있어요. 평소에는 별 관심이 없다가 법적인 문제가 본인에게 생겼을 때만 니즈(needs)가 발생합니다. 또 인생을 살면서 자주 찾는 서비스가 아니에요. 그래서 마케팅 작업의 난이도가 엄청 높아요. 하지만 그런 특성 때문에 브랜드의 인지도만 높아진다면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법률 문제가 생기면 로톡이다’라는 공식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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