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서점의 문학 섹션에 가면 화려한 일러스트 표지로 시선을 끄는 ‘라이트노벨(Light Novel·ライトノベル)’ 서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본에서 시작된 라이트노벨은 한마디로 만화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다. 국내 문학시장이 침체에 빠진 것과 달리 라이트 노벨은 10·20대 젊은 독자를 상대로 인기를 얻고 있다.
겉표지만 보면 만화책처럼 보이는 라이트노벨은 1970년대 일본의 청소년 소설에서 출발했다. 1980년대 일본 잡지에 연재되는 소설 속에 만화 캐릭터를 넣는 관행과 SF·판타지 소설의 캐릭터 구성이나 이야기 전개 방식이 섞이면서 지금의 라이트 노벨 장르가 만들어졌다. 국내에는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출간되기 시작했다.
과거 라이트노벨은 국내 시장에서 말 그대로 ‘문학적 깊이 없이 가볍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특정 마니아들만 읽는 ‘비주류 문학’으로 취급 받았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일본 전체 문학 시장 판매의 약 20%를 점유할 정도로 대중성 있는 소설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 일본 라이트노벨인 ‘올 유 니드 이즈 킬’을 원작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라이트노벨 판매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가 지난해 전체 도서판매 수를 집계한 결과 라이트노벨 판매 권수는 62만3000권으로 2013년 54만4000권보다 14.7% 늘었다. 반면 국내 문학 판매권수는 2013년 200만4000권에서 지난해 145만2000권으로 27.5% 감소했다.
라이트노벨의 국내 도서 내 판매 점유율도 2013년 1.65%에서 지난해 2.19%로 늘어났지만 국내문학은 같은 기간 6.1%에서 4.87%로 줄었다. 일반 문학 서적의 점유율이 계속 감소 추세인 것과 달리 라이트노벨은 해마다 점유율이 늘어나는 ‘신흥 시장’인 셈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일반 소설책이 1쇄(2000~3000부) 판매가 쉽지 않은 시장 상황에서 인기 라이트노벨은 1~2만권은 쉽게 팔린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라이트 노벨은 대부분 일본 출시작을 수입해 번역한 것들이다. 책 가격이 7000원 정도로 일반 도서보다 저렴한 편이고, 로맨스·스릴러·공포·코믹 등 젊은 세대의 흥미를 끄는 장르가 많은 것도 인기요인이다. 한 대형서점 관계자는 “라이트노벨은 남녀 독자 비율은 7대 3 정도로, 일반 소설 구매층이 주로 여성인 것과 달리 라이트노벨은 남성 독자가 더 많다”고 말했다.
라이트노벨의 주 독자층은 10대와 20대이다. 출판업계에서는 젊은 층들이 라이트노벨을 통해 현실에서 좌절된 욕구를 충족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고 설명한다. 라이트노벨 출판 관계자는 “평범한 주인공이 영웅이 되는 신화 형식의 이야기가 많다”며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육체적, 정신적 욕구를 소설 속 인물이 해소해주면서 대리만족을 주는 요소가 강한 게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