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소년 2명 중 1명꼴로 사이버 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이버 폭력에는 카카오톡과 같은 온라인 메신저가 주로 이용됐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학교 폭력 형태가 '물리적 폭력'에서 '사이버 폭력' 형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작년 7월 전국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5356명을 상대로 사이버 폭력에 대해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이버 폭력 피해 경험이 있느냐'는 물음에 46.6%인 2495명이 '있다'고 답했다. 또 '사이버 폭력 가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청소년도 2999명(56%)으로 절반을 넘었다. 응답자 3명 중 1명은 사이버 폭력 피해자이면서도 동시에 가해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이버 폭력 피해자 2명 중 1명은 '같은 학교 친구한테 당했다'고 답했다.

사이버 폭력은 주로 카카오톡 등 온라인 메신저(48.7%)를 통해 이뤄진다. 공격 대상이 된 아이를 채팅방에 초대해 욕을 하거나 아예 그 아이만 뺀 채팅방을 만들어 몰래 험담하는 식이다. 페이스북 같은 SNS를 이용한 사이버 폭력(17.7%)도 있었다.

서울의 중학교 교사 김모(31)씨는 "한 반 친구들이 외국어고에 합격한 아이의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에 '공부도 못하면서 빽을 써서 외고에 갔다더라'는 글을 계속 올려 그 아이가 졸업식에도 못 온 적이 있었다"고 했다.

사이버 폭력 피해자들은 '자살이나 자해를 생각했다'(4.4%), '친구를 사귀기 힘들었다'(4.5%), '스스로를 하찮게 느꼈다'(5.5%)는 등의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상당수 가해자는 사이버 폭력 이후에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23.2%), '재미로 해서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14.2%)고 답했다.

형사정책연구원 이승현 박사는 "사이버 폭력이 현실에서 실제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사이버 폭력 피해자의 28%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사이버 폭력이 현실에서의 폭행 등으로 이어졌다'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