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가득 작업실
평일 오전, 잠실 석촌호수 옆 골목길은 한적했다. 이곳에 위치한 예쁜 하늘색 외관이 돋보이는 '데일리워크룸'을 찾았다. 금속공예 클래스를 담당하고 있는 '골드앤실버더스트' 공방과 도자공예를 담당하는 '도요새세라믹' 공방이 함께 운영되는 곳이다. 고등학교 때 같은 화실을 다니던 두 친구가 함께 문을 열었다. 원데이클래스는 보통 컵이나 치즈보드 등을 만드는데, 가장 쉽고 간단하다는 치즈보드를 선택했다. 예상 소요시간은 1시간 남짓. 보통 2~3명의 소규모 클래스 위주로 수업이 진행된다. 하늘하늘한 작업용 앞치마를 입으니 감성이 충전되는 듯했다.

나무판 위에 흰 천을 깔고 흙을 올렸다. 하얀색 치즈보드를 만들기 때문에 백자토를 사용하기로 했다. 흙은 부드럽고 차가웠다. 진공 상태로 토련해 나온 흙을 줄로 잘랐다. 백자토 한 덩이가 흰 천 위에 올라왔다. 진공으로 있던 신선한 흙이라도 속에 비해 겉은 살짝 마를 수밖에 없단다. 그래서 흙을 잘 섞어주어야 하는데 수축하는 속도가 달라서 뒤틀리기 때문이다. 각진 사방을 밀대로 세게 두들겨 날카로운 부분을 둥그렇게 만들어주기 시작했다. 밀대로 두드리는 내내 따라오는 흰 천이 거슬렸다. 굳이 흰 천을 까는 이유가 궁금했다.

"흙은 수분이 빠지면서 수축을 하는데 나무에 달라 붙어 있으면 갈라지는 경우가 있어요. 흙을 천에 붙여놓고 말리면 수축을 하면서 천도 함께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흙이 갈라지지 않죠."

어느 정도 납작해졌다 싶으면 뒤집어서 얇게 밀어주어야 하는데 일정하게 밀기가 쉽지가 않아 나무막대를 옆에 대어준다. 그 위를 밀어주면 나무막대 두께만큼만 일정하게 밀린다. 취향에 따라 크기와 두께 선택도 가능했다. 흙은 수분이 빠지고 가마에서 구워지면서 크기가 20% 정도 줄어든단다. 그걸 감안해서 조금 크게 만들어야 한다.
얇게 펴진 흙 위에 종이로 만든 도안을 올리고 뭉툭한 송곳 모양의 칼로 한 번 본을 뜬 뒤 얇은 칼로 필요 없는 부분을 잘라서 떼어낸다. 당길 때 말고 밀 때 힘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두 번을 반복하고 손잡이 부분에 구멍을 뚫어준다. 잘라낸 부분을 그대로 말려 굽게 되면 날카로울 수 있기 때문에 물에 적신 스펀지를 이용해 모서리 부분을 다듬어준다. 부드러운 곡선이 됐다. 완성이다. 원하는 문구나 각인을 새길 수도 있다. 흙을 만지는 내내 잡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차분해지는 느낌이랄까.

기다림의 미학
이젠 인내와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일주일 이상을 실온에서 말린 뒤 1200℃까지 올라가는 가마 속에서 5시간의 초벌과 12시간의 재벌을 거쳐야만 한다. 갈색의 백토는 수분이 빠지면서 점점 하얗게 변하기 시작하고 초벌과 재벌을 거치면 뽀얀 흰색의 백자가 되는 것이다.

원데이클래스 외에도 정규반이 있다. 수강료는 2시간 기준, 4회(8시간) 수업에 15만~20만원 선이다. 수강생은 주부부터 직장인, 커플까지 다양하다. 시간대는 오전, 오후 중 원하는 시간에 들을 수 있다. 자세한 스케줄은 블로그(blog.naver.com/daily_w_room)에 올라온다. 주로 그릇이나 수저받침같이 간단한 소품을 많이 만든다. 선물하기도 좋다고. 정해진 커리큘럼이 따로 있긴 하지만 보통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도록 기법을 알려준다.

"정말 실생활에서 필요한 것들을 만드시는 분들이 많아요. 예를 들면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분은 붓을 꽂아둘 통을 만들고, 빵집을 운영하시는 분은 케이크 스탠드를 만드는 식이죠. 처음에는 작은 소품들을 만드시다가 손에 흙이 익으면 점점 도자기가 날렵해져요.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기도 쉬워지죠. 실력이 쌓일수록 점점 도자기가 가벼워지는 거예요. 흙을 만지면 차분해지면서 심신이 안정되고 힐링된다는 말들을 많이 하세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저도 뿌듯하죠. 힘든 점이라면 작품이 가마 속에서 휘거나 깨지는 경우가 가끔 있어요. 열심히 만드신 걸 아는데 그럴 때마다 안타깝죠."
며칠 뒤 하얀 도자기 도마가 배달되어 왔다. 생각보다 쓰임새도 많았다. 원하는 디자인이 있다면 지금 도자기 공방 문을 두드려보자. 이보다 실용적인 취미가 있을까.


**옥주현의 취미, 도자공예
가수인 그녀는 호흡을 기르기 위해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도자기를 만드는 데 있어 손기술만큼 중요한 것은 호흡이기 때문이다. 수준급 실력을 자랑하는 그녀는 2015핸드메이드페어 홍보대사까지 하며 도자기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개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