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일본 미에현 파친코 가게 주차장에 세워둔 차 안에서 생후 여섯 달 아기가 카시트에 앉은 채 숨졌다. 부모가 도박 게임 파친코를 하느라 열두 시간을 방치하면서다. 가나가와현에서도 부모가 파친코 하러 나간 사이 아홉 달 아기가 집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보호 책임자 유기 혐의'로 부모를 체포했다. 이런 일이 종종 있어 파친코 가게 종업원이 주차장 차 안을 수시로 들여다본다고 한다.
▶2014년 미국 선댄스영화제에 다큐멘터리 '러브 차일드(Love Child)'가 나왔다. 미국 여감독은 2010년 수원에 사는 젊은 한국인 부부가 석 달 된 딸을 죽게 한 사건을 추적했다. 부부는 '사이버 딸'을 키우는 역할 게임에 빠져 정작 미숙아 딸은 돌보지 않고 때리기까지 했다. 부부는 PC방에서 밤을 새우고 집에 와 보니 딸이 죽어 있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아기가 "장기간 영양 결핍으로 굶어 죽었다"고 밝혔다.
▶2년 전엔 생후 28개월 아들을 집에 버려둔 채 PC방을 돌며 게임을 하던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했다. 게임하러 가려는데 아이가 보채자 손으로 입과 코를 막았다고 한다. 작년 말 인천 집에 갇혀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다 맨발로 탈출한 소녀에 이르러선 세상이 싫어졌다는 이가 많았다. 몸무게 16㎏에 여섯 살쯤으로 보였던 아이는 열한 살이었다. 종일 게임만 하는 아버지는 아이를 먹이지도, 학교에 보내지도 않고 마구 때렸다.
▶인천 사건을 계기로 전국의 장기 결석 어린이를 조사하면서 더 끔찍한 사건이 드러났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때리고 학대하던 아버지는 아이가 숨지자 시신을 훼손해 냉동실에 보관해 오다 붙잡혔다. 그도 20대 초반부터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온라인 게임에 중독됐다고 다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게임 속 폭력에 자주 노출되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게임에 빠지면 현실감이 약해진다는 게 전문가 얘기다.
▶미국과 유럽에선 전쟁 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끝에 총을 난사하는 사건이 잇따른다. 그래도 게임 중독자가 자식을 어떻게 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아이를 먹이고 보살피는 것은 인간 본능이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게임에 빠져 본능마저 흐려졌다면 애초에 더 근본적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인격 미성숙, 공감 능력 부족 같은 결함이다. 그렇다 해도 '이놈의' 컴퓨터 게임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세상 아이들을 제 부모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