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많이 받은 페이지를 빼앗아 팔아넘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사용한 해킹프로그램을 만든 해커는 당시 중학생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의 계정을 해킹해 운영권을 빼앗은 뒤 팔아 2000만원을 챙긴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모(21)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또 이들에게 맞춤형 해킹프로그램을 제작해 팔아넘긴 혐의로 고등학생 이모(18)군을 함께 입건했다. 이군은 중학생 시절이던 2013년부터 약 2년간 49차례에 걸쳐 자신이 만든 해킹프로그램을 팔아 약 7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는 개인의 일반 페이스북 계정과 달리 ‘좋아요’를 무제한으로 받을 수 있어, 기업·연예인·영화 등의 홍보 수단으로 많이 이용된다. 최근에는 유머글 등을 통해 ‘좋아요’ 수를 늘린 뒤 광고를 유치해 돈을 버는 일반인도 급증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동갑내기 친구 사이인 김모씨 등 3명은 2014년 7월부터 11월까지 ‘좋아요’가 많은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 62명에게 광고를 의뢰하는 것처럼 가장한 메일을 75차례 보냈다.
이들은 메일에 광고를 의뢰하는 내용이 담긴 ‘문서파일’을 첨부한 듯이 꾸몄으나, 실제로는 이군으로부터 구입한 해킹프로그램 실행파일을 숨겨뒀다.
이들은 이군이 한 온라인커뮤니티 게시판에 “해킹프로그램을 만들어 판다”고 올린 광고글을 보고, 이군에게 30만원을 주고 원격제어(RCS) 및 키로깅(Key Logging·키보드 입력 내용을 가로채는 기술)이 가능한 해킹프로그램을 구입했다.
메일을 읽고 첨부된 파일을 열어 본 피해자들의 컴퓨터엔 바로 해킹프로그램이 설치됐다. 이후 김씨 등은 피해자들의 키보드 입력 내용을 가로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페이스북 페이지는 운영자 계정으로 로그인해 손쉽게 타인에게 소유권을 넘길 수 있고, 소유권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피해자가 원래 소유권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렸다.
이들이 이 방식으로 가로챈 페이스북 페이지는 지금까지 20여건으로 확인됐다. 빼앗은 페이스북 페이지는 주로 홍보·마케팅 관계자들에게 건당 60만~360만원에 팔아넘겼다. 이들은 광고글을 직접 올리거나 ‘좋아요’ 개수를 높여 배너 광고를 의뢰받아 수익을 얻었다.
경찰은 “이들은 페이스북이 외국 회사여서 적발되더라도 수사 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며 “최근 광고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 사이 페이스북 페이지 거래가 성행하고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