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단계만 외우시면 됩니다. 키 돌려서 시동 거는 것부터 알려 드릴게요."

요즘 운전면허 기능 시험은 총 6단계다. ①시동 걸기 ②기어 변경 ③전조등 켜기 ④좌우 지시등 켜기 ⑤와이퍼 켜기 ⑥50m 주행하며 돌발 시 급제동하기가 전부다. 지난 2011년 정부가 운전면허 취득을 간소화하면서 S자, T자 주행이나 굴절 구간 등은 시험에서 빠졌다. 초보 운전자에게 어려운 항목은 죄다 빠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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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시험 날까지 아무런 사전 공부나 연습을 하지 않다가 시험 직전 인터넷에서 5분짜리 ‘2종 보통 기능’ 동영상을 검색해 5번 정도 반복해 봤다. 동영상에서 ‘50m 주행할 때 액셀은 밟지 말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기만 하면 된다. 섣불리 액셀을 밟았다간 실격된다’ 같은 방법을 알려줬다. 동영상 설명 그대로 했더니 단 한 번의 감점이나 실격 없이 기능 시험에 합격했다.

도로주행 동영상 캡쳐.

이렇게 쉬워진 운전면허 시험이 중국인들의 ‘한국 운전면허 관광’ 이유다. 한국 면허를 중국에 가져가면 중국 면허로 바꿔주기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중국인의 한국 운전면허 취득 건수는 5만991건이다. 이 중 단기 비자 취득자만 4660여명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 공안부는 우리나라 경찰청에 ‘단기 체류 중국인 관광객의 운전면허 취득을 제재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고 한국 면허를 중국 면허로 바꿔줄 때의 심사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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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강남운전면허시험장에서 필기시험을 치렀다. 표지판을 읽을 줄도, 도로에 실선과 점선이 있는 줄도 몰랐던 정도의 도로 교통 지식 수준이라 탈락이 걱정됐다. ‘운전면허 필기시험’ 공짜 앱 3개를 스마트폰에 받아 모의고사를 풀었다. 40문항짜리 첫 번째 모의고사 결과는 63점이었다. 2종 보통 면허 필기시험의 합격선은 60점이다. 불안한 마음에 모의고사를 한 차례 더 치렀다. 76점이었다. 세 번째 모의시험에선 84점을 받았다. 실제 시험에서는 86점으로 합격했다. 모의고사를 풀기 전엔 1·2·3차로가 중앙선에서부터 차례대로 시작한다는 것조차 몰랐지만 30분 만에 필기시험 고득점자가 돼 있었다.

운전면허 강습을 받고 있는 모습.

기능 시험을 만점으로 합격한 뒤 마지막 단계는 도로 주행 시험이었다. 코스당 15분 내외의 동영상을 다섯 번씩 시청했다. 모든 코스의 마지막 관문인 평행 주차엔 ‘우-좌-좌’ 공식이 있었다. 핸들을 오른쪽으로 끝까지 돌려 뒤로 간 뒤, 왼쪽으로 돌려 조금 더 간 뒤 왼쪽으로 조금 더 돌려 마무리한다는 식이다. 기능 시험을 치면서 처음 운전석에 앉아본 처지로 도로 주행 시험용 승용차에 올라탔다. 난생 첫 운전이었다. 시험장을 나서는데 손과 발이 벌벌 떨렸다. 우회전 5번, U턴 2번, 좌회전 2번 하는 쉬운 코스였지만 시작부터 문제가 생겼다. 시동을 걸고 시험장을 빠져나가려는데 상상했던 것보다 액셀과 브레이크가 너무 가벼웠다. 살짝 밟아도 확 튀어나가 급정차해야 하는 일이 반복됐다. 시험 시작 4분 40초 만에 감독관이 “벌써 68점이다. 연습 더 해야 한다. 이런 상태로는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 위험하다”며 운전 미숙으로 실격 처리해 다행히 탈락했다. 주행 시험 커트라인은 70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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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 시험은 2010년과 2011년 한 번씩 두 차례 바뀌었다. 간소화의 가장 큰 이유는 ‘국민 편의 증대’와 ‘부담 경감’이었다. 당시엔 도로 주행 필수 연수 시간만 10시간이었고 기능 시험도 어려워 학원비와 시간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지난달 23일 “너무 쉽다는 비판을 받는 현 시험을 조금 더 복잡하게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로교통공단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시험 변경 계획이나 일정은 전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