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한 6일 여야는 비판 성명을 냈다. 국회 차원의 비난 결의안도 채택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야는 국가적 안보 비상사태를 맞고서도 싸움을 멈추지 못했다.
총선 예비 후보 3명은 이날 행정법원에 국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12월 31일까지 선거구를 재(再)획정하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어겨 출마하려는 자기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내용이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비준안에 대해 무효 소송이 제기된 이래 51년 만에 국회가 피고(被告)가 되게 됐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정치권이 얼마나 무력한 집단인지 알 수 있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이날 노동 5법을 놓고 절충을 시도했다. 하지만 기간제법과 파견법 등 두 핵심 법안에 집중하자는 여당과 나머지 법 3건만 얘기하자는 야당 이견이 한 치도 좁혀지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사람들은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후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안철수 의원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느니 안 했느니 하는 수준 낮은 말싸움까지 벌였다. 여당서도 공천 룰을 둘러싸고 친박과 비박 사람들이 싸움을 벌이다 친박계 의원이 공천 룰 특위에서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치권 전체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한가한 집안 다툼에 빠져있는 것이다.
이 모든 일이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 벌어진 풍경이다. 핵실험 하건 말건 아무 상관 없다는 듯한 모습들이다. 이날 서울 증시도 거의 변동이 없었다. 안보 불감증이 만성화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증표다. 일반 국민이 국가적 위기를 느끼지 못할 때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며 국민을 단합시켜야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북이 핵무장을 끝내면 우리는 북에 함부로 대들 수도 없고 잘못 대들었다가는 수소폭탄 단 한 발에 서울 전체가 잿더미로 변할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울림 없는 성명서 몇 줄 내놓고서는 할 일 다했다는 듯이 다시 싸움에 빠져들었다. 이런 정치권에 재산과 생명을 맡겨놓은 국민이 불쌍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