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목재, 부드럽게 열리고 닫히는 책상 경첩, 냄새가 덜 나고 빨리 마르는 페인트….

글로벌 가구·건자재 업체들이 친환경, 기능성 제품을 앞세워 국내 가구 시장을 흔들고 있다. 이들은 "작은 부품과 소재까지 보고 판단하라"며 한국 제품과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 한국 업체들도 이에 맞서 품질과 기능을 강화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친환경·기능성 제품 경쟁

세계 1위 가구업체인 스웨덴 이케아는2014년 12월 한국 1호점(경기 광명점)을 내기 전 친환경 이미지를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가구에는 보통 톱밥과 접착제를 섞어 가공한 목재인 중밀도판(MDF)을 많이 쓰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접착제에서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미세하게 방출된다. 이케아는 "우리는 대부분의 가구에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이 평균 0.3㎎/L 이하인 'SE0(수퍼E제로)' 등급의 목재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국내 가구회사가 이보다 두 단계 낮은 'E1' 등급(방출량 평균 1.5㎎/L)의 목재를 쓴다는 점을 겨냥한 공격이었다. 이케아는 SE0 등급을 사용한 제품이 실제로 몇%나 되는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국내 가구업체는 즉각 반박했다. "페인트칠과 보호 필름을 목재에 덮기 때문에 가구에서 포름알데히드가 방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케아는 원가 절감을 위해 겉으로 보이는 부분에만 페인트칠을 하거나 필름을 씌우는 마감 작업을 하는 반면 국내 업체들은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도 이 작업을 실시한다는 설명이다. 또 국내 환경 기준상 'E1' 등급 목재를 가구에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논란이 일자 국내 1위 가구업체 한샘은 지난해 공장 설비를 바꿔 E0 등급(방출량 평균 0.5㎎/L) 목재 사용률을 절반 가까이 끌어올렸다. 올해는 이를 100%로 만들 계획이다. 현대리바트에넥스도 지난해 E0 등급 목재 사용을 80%로 끌어올렸다. 퍼시스에이스침대는 전 제품에 E0 등급을 사용하고 있다.

세계 3대 가구 부품 전문업체인 독일 헤티히는 최근 한샘과 에넥스에 가구 문에 붙이는 경첩, 책상 서랍을 여닫는 데 쓰이는 바퀴와 궤도 등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올해로 창립 128년을 맞는 헤티히는 서랍을 누르기만 해도 자동으로 열린다든지, 문이 부드럽고 조용하게 열리고 닫히는 기능성 부품을 주로 생산한다. 가격은 한국 제품보다 15~20% 비싼데도 국내 주요 가구·가전 업체에서 주문이 늘고 있다.

독일의 가구 부품 전문 업체 헤티히가 대형 버스에 자사 제품을 전시해놓고 소비자들을 상대로 체험행사를 갖고 있다. 글로벌 가구·건자재 업체들은 친환경 기능성 제품을 앞세워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추세다.

헤티히는 유럽에서 서랍을 8만번을 여닫아도 문제가 없다는 내구성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헤티히코리아 이승호 이사는 "가구를 20년 동안 사용해도 경첩 같은 부품이 끄떡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부터 트럭에 자사 제품을 싣고 전국을 순회하며 소비자들이 문이나 서랍을 직접 사용해보는 체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가구업체 경쟁력 강화 효과도

2014년 9월 한국에 진출한 미국의 합성목재 전문기업 뉴테크우드는 다양한 색상과 자외선 차단 기능, 변형 없는 내구성 등을 내세워 국내 시장을 급속히 파고드는 중이다. 지난해 월평균 매출은 전년 대비 4배 급증했다. 지난달에는 서울 남산 N서울타워의 전망대용 외부 난간을 설치했고, 고척돔 야구장에도 목재를 공급했다. 이 회사 제품은 색상이 20가지에 달해 선택의 폭이 넓다는 평이다.

세계 1위 페인트 업체인 네덜란드 악조노벨은 친환경 수성(水性) 페인트로 국내 시장을 본격 공략하는 중이다. 페인트가 벽에 잘 발리고 색감을 잘 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첨가제를 넣어야 한다. 하지만 첨가제에는 발암물질인 벤젠 등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이 포함돼 있다. 악조노벨은 첨가제를 덜 쓰면서도 빨리 마르는 기능성 페인트를 간판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머리를 아프게 하는 냄새도 덜 난다는 설명이다.

가격은 국산 대비 10~20% 비싸다. 그런데도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직접 자기 집과 방을 꾸미는 '셀프 인테리어'가 인기를 끌면서 악조노벨은 성과를 내고 있다. 악조노벨 한국지사의 이승휘 이사는 "지난해 홈쇼핑에서 두 차례 제품을 판매했는데 모두 매진됐다"며 "소비자들이 직접 실내를 장식할 때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한국에 75개 대리점을 확보하며 사업을 키우고 있다.

한샘 김동성 팀장은 "한국 가구시장이 커지면서 글로벌 기업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며 "이에 맞서 국내 업체도 신제품을 개발하고 대형 매장을 확충하는 등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