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수 대한비뇨기과학회장·서울아산병원 교수

소변을 잘 못 보는 배뇨장애 질환 중에 '과민성 방광'이라는 병이 있다. 이 병으로 빈뇨, 소변이 급한 절박뇨, 소변을 지리는 절박성 요실금이 생길 수 있다. 이를 진단하는 방법으로 '배뇨 일지'를 사용한다. 환자가 의사나 간호사 설명을 듣고 사흘간 배뇨 시간과 소변량, 요 절박의 정도, 혹은 요실금 횟수를 기록해 오는 것이다. 배뇨일지는 환자의 배뇨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비뇨기과 의사에게 청진기라 할 수 있다. 배뇨일지를 적다 보면 상당수 환자가 '내가 이렇게 자주 보나?' 스스로 놀라서 소변을 참는 연습을 하기도 한다. 배뇨일지를 쓰는 것 자체에 치료 효과가 있어, 불필요한 검사나 치료를 줄여준다.

하지만 현행 국민건강보험제도에서는 환자에게 배뇨일지에 대해 설명하고 써 오게 하여 판독하는 행위에 대한 수가가 없다, 쉽게 말해 배뇨일지 교육과 판독비가 없다는 말이다. 배뇨일지 한번 쓰게 하려면 바쁜 외래에서 간호사가 환자를 붙잡고 10분 이상 설명해야 한다. 귀가 잘 안 들리는 할아버지나 할머니께 설명하는 경우도 많다. 환자에게 소변량을 재는 컵과 배뇨일지 수첩도 무상 제공해야 한다.

어찌 됐건 환자가 배뇨일지를 적어 오면, 의사는 환자와 함께 왜 이렇게 소변을 보게 되었는지 소변량은 어떤지 등을 분석하고 설명해 준다. 이것도 시간이 꽤 든다. 그래서 보건 당국에 배뇨일지를 교육 수가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진찰료에 포함된 사항"이라는 답만 돌아온다. 이러니 비뇨기과에서 점점 배뇨일지를 멀리해 안타깝다.

중증 전립선 질환 등으로 배뇨를 전혀 할 수 없는 환자가 스스로 요로에 도뇨관을 넣어 소변을 배출시켜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환자들에게도 방광과 요도의 해부학을 설명하고 자가(自家) 도뇨법을 일일이 가르치고 있다. 보통 15분 이상, 길면 30분이나 걸린다. 대부분 노인이어서 교육이 쉽지 않다. 이것도 건강보험에 교육 수가가 없다. 의사도 환자도 가장 간편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원한다. 하지만 현행 보험 체계는 배뇨 교육 수가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마치 고가의 의료기구를 이용하거나 추가적 검사를 해서 수익을 내라고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고령 사회로 갈수록 노년 인구의 배뇨 문제는 심각해진다. 이렇게 방치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