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암을 문명의 질병이자 근대의 질병이라고 한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폐암은 매우 드문 질병이었다. 폐암 환자가 생기면 한 지역의 모든 의사는 이 희귀한 질병과 그 현상을 관찰하려고 모여들 정도였다. 하지만 20세기 중엽을 지나면서 흡연과 대기오염에 따른 폐암은 매우 흔한 질병이 되었다. 국내 사망 원인 1위는 암이고, 그중 폐암이 가장 많다.
20세기 의학의 발달로 전염병을 정복하고 영양 상태가 개선되면서 인류의 평균 수명이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암이라는 또 다른 질병의 위협 속에 살게 되었다. 암은 일생 성인 남성 2명 중 1명이, 그리고 여성 3명 중 1명이 걸리는 '만병의 황제'와 같은 질병이 되었다. 2015년 미국의 공영 방송 PBS가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싯다르타 무케르지의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는 암을 정복하고자 노력해왔던 의사와 생의학 연구자들의 영웅담인 동시에, 아직도 정복하지 못한 암과 벌인 전쟁의 실패기다.
암 치료에는 크게 세 방식이 있어 왔다. 암이 발병한 부위를 수술로 제거하거나, 방사선으로 암세포를 태워버리든가, 아니면 화학 약물을 써서 몸의 암세포를 죽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좀 더 근본적인 방식으로 암의 원인을 이해하고, 치유할 수 있기를 원했다. 1971년 미국 대통령 닉슨은 암과 전쟁을 선포하며, 미국 건국 200주년이 되는 1976년이 되면 미국인들은 암 걱정 없는 세상에 살 수 있을 것이라 낙관했다.
닉슨의 암 전쟁은 실패였지만, 과학자들의 암에 대한 이해는 크게 발전했다. 암은 우리 몸 안의 세포가 무한 증식하며, 그 증식 속도와 정도가 급격하여 우리 몸이 견디지 못하게 되는 병이다. 이제 우리는 많은 경우 몸속 중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고, 이 돌연변이가 생기는 복잡다단한 패턴과 경로에 따라 암이 발생한다고 알게 되었다. 이 경로가 너무 복잡하여 암을 치료하기가 어렵다면, 이를 예방할 수는 없을까? 역사학자 로버트 프록터가 지적했듯이, 암을 일으키는 돌연변이의 원인은 잘 알려져 있다. 암은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에 있는 여러 유해 물질에,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에 들어 있는 여러 화학물질과 첨가물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근대의 질병, 암을 치료하려는 노력만큼이나, 이를 예방하려는 노력 또한 필요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