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매장에서 CD를 틀어도 커피 판매점은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 그러면 최근 유행하는 스트리밍(실시간 전송·streaming) 서비스를 이용해 매장에 음악을 틀면 어떻게 될까?

이런 문제에 대한 주목할만한 대법원 판결이 최근 나왔다. 대법원의 최신 판단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한 매장들도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이 최근 저작권 다툼에서 저작권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추세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판결이란 평가다.

이 판결에 따라 전문영(56·사법연수원 20기)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와 지평은 웃었고, 국내 2위 대형 로펌 광장은 울었다.

◆ 2012년 스타벅스 재판...“매장에서 CD 틀어도 저작권료 내라"

최근까지 커피나 백화점 매장에서 틀어주는 음악의 저작권법 판례의 기준은 2012년 스타벅스 판결이었다.

대법원은 2012년 “스타벅스코리아가 미국 본사에서 받은 CD를 매장에서 튼 것은 저작권 침해”라고 판결했다. 저작권법상 스타벅스가 튼 CD는 ‘음반’이지만 ‘판매용 음반’은 아니라는 논리였다. 저작권법 29조 2항은 “‘판매용 음반’은 공연료 등을 받지 않고 틀었을 경우 저작권료를 받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디지털 스트리밍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어떻게 볼 것인지가 문제가 됐다. 이런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사건이 이른바 ‘현대백화점 판결'이다.

지난 10일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백화점이 매장 내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에 서비스 이용료를 내고 음악을 틀었어도 연주자 등에게 저작권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저작권법 보호 조항인 76조의2를 적용했다. ‘판매용 음반’의 범위를 CD, LP 등 전통적인 음반(音盤)에서 디지털 음원으로 확대했다.

이 판결은 전문영 변호사와 로고스, 지평이 이끌었다. 이들은 ‘스타벅스 CD 음악 저작권’ 소송 3년 만에 ‘판매용 음반’의 개념을 디지털 음원으로까지 확대한 판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현대백화점, KT뮤직과 ‘매장 음악 서비스’ 계약이 발단…같은 단어 다른 해석 이끌어

논란은 2010년 1월 KT뮤직과 ‘매장 음악 서비스’ 계약을 체결한 현대백화점이 KT뮤직이 제공하는 디지털 음원을 전송 받아 백화점 매장에서 음악을 튼 것이 발단이 됐다. 이를 안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원제작자협회가 현대백화점에 저작권료를 내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전문영 변호사는 저작권 협회들을 대리했다. 하지만 1심에서 졌다.

1심 재판부는 “2012년 5월 대법원은 ‘판매용 음반’을 ‘시중에 판매하는 목적으로 제작한 음반(시판용 음반)’으로 해석했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로 저장된 데이터베이스 저장 장치는 시판용 음반이 아니다”라고 했다. 시판용 음반을 이용하면 저작권료를 내야 하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는 시판용 음반이 아니니 저작권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다.

전문영 변호사, 로고스 김종백 고문변호사, 로고스 최중현 변호사

2심에서는 전문영 변호사와 로고스 김종백(60·사법연수원 10기) 고문변호사와 최중현(57·사법연수원 13기) 대표변호사가 투입돼 1심 결과를 뒤집었다.

이들은 스타벅스 판결을 뒤집는데 집중했다. 이들은 “2012년 대법원이 적용한 조항은 저작권을 제한하는 조항인 저작권법 29조 2항을 적용한 것이지만, 현대백화점의 경우 저작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인 저작권법 76조의2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법에 같은 단어이지만 입법 취지에 따라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2심 재판부는 “76조의2에서 규정한 ‘판매용 음반’은 반드시 ‘시판용 음반’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전문영 변호사는 1991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곧바로 개인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전 변호사는 저작권 관련 사건을 주로 담당했다.

김종백 고문변호사는 대구지법에서 판사를 시작해 서울지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특허법원장, 대전고등법원장을 거쳐 2013년 로고스에 합류했다. 최중현 대표변호사는 부산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고법, 서울지법, 사법연수원 교수를 지내고 2004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로고스로 자리를 옮겼다.

◆ 3심에선 전문영 변호사, 로고스, 지평까지 합세

3심에서는 지평도 힘을 보탰다. 지평은 대법관 출신 김지형(57·사법연수원 11기) 변호사와 최승수(51·사법연수원 25기) 변호사, 최정규(40·사법연수원 36기) 변호사 등 지적재산권팀을 투입했다.

지평 김지형, 최승수, 최정규 변호사

변호인단은 스트리밍 서비스도 디지털 음원이 현대백화점 컴퓨터에 잠시 저장되는 방식임을 들어 고정성 있는 음반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76조의2는 실연자와 음반제작자를 보호하는데 목적이 있다. 각 규정에서 음반뿐 아니라 어떠한 형태든 판매를 통해 거래에 제공된 음반이 모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김지형 변호사는 서울지법 동부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서울지법 부장판사, 대법원장 비서실장, 대법원 대법관을 지냈다. 최승수 변호사는 1996년 사법연수원 수료 후 개업했고 2001년 지평에 합류했다. 최승수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서 공정거래 전문가 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저작권 위원회 전문 강사,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최정규 변호사는 2007년 사법연수원을 수료 한 뒤 지평에서 변호사를 시작했다.

현대백화점을 대리한 광장은 1심에서 승기를 잡았지만 2,3심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광장은 2심, 3심에서 변호사를 추가해 대응했지만 대법원의 디지털 음원 변화에 대한 저작권법 확대 해석 조류를 막을 수는 없었다.

1심을 맡은 안은지 (34·사법연수원 38기) 변호사는 스타벅스 판결을 들어 같은 법에서는 ‘판매용 음반’의 개념을 다르게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안은지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판매용 음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저작권자 등의 이해관계가 대립되므로 ‘판매용 음반’의 개념을 통일해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안은지 변호사는 2009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광장에서 변호사를 시작했다. 안 변호사는 지적재산권팀에서 상표법, 저작권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에 관한 소송과 자문을 맡아왔다.

광장 안은지, 이종석, 안혁 변호사

광장은 2심에서 이종석(48·사법연수원 29기) 변호사를 추가 투입했다. 1심에서 얻은 승리를 확고하게 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종석 변호사는 행정고시 합격 후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현 중앙행정심판위원회) 간사를 6년간 지냈다. 이 변호사는 2000년 광장에 합류해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전문 변호사다.

이들은 저작권법 2조에서 ‘음반’을 ‘음이 유형물에 고정된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현대백화점이 이미 KT뮤직에 매장음악서비스 명목으로 비용을 지불했고 이 안에는 저작권료도 포함됐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2심은 “현대백화점이 KT뮤직에 낸 금액은 ‘디지털 음성 송신 보상금’”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궁지에 몰린 광장은 3심에서 저작권 전문인 안혁(40·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를 추가 투입했다. 저작권 전문 변호사 3명이 모였지만 2심의 판단을 뒤집는데는 실패했다.

안혁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수료 후 감사원 부감사관으로 변호사를 시작해 한국방송공사 사내변호사를 거쳐 2012년부터 광장에 합류했다. 안 변호사는 엔터테인먼트전문 변호사로서 방송, 영화, 저작권, 게임, 연예매니지먼트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관련 분야에 대한 자문 및 소송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