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와 4위의 석유화학업체인 다우케미컬과 듀폰이 합병키로 했다. 두 회사가 결합하면 시가총액 138조원, 연 매출 104조원에 달해 독일 바이엘을 제치고 세계 1위 기업이 된다.
최근 글로벌 무대에선 세계 정상급 기업들끼리 인수합병(M&A)을 통해 초대형 기업으로 재탄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 100억달러가 넘는 대형 합병만 봐도 화이자와 엘러간(제약), 안호이저-부시인베브와 사브밀러(맥주), JAB홀딩과 그린마운틴(커피) 등 10건이 넘는다. 업종별로 '압도적인' 세계 1위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글로벌 강자들이 앞다퉈 M&A를 통해 규모를 키우는 것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다. 세계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규모를 키워 잘하는 사업에 집중하는 길뿐이라는 걸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산업 지형(地形)이 격변하는데 국내 대기업들은 합종연횡은커녕 사업구조 개편마저 미적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 주도로 삼성이 자동차를, LG가 반도체를 포기하는 빅딜을 했던 것을 제외하면 대기업들이 스스로 썩은 살을 도려내는 구조조정에 나선 적이 없다. 건설·조선·철강·화학 등 주요 업종에서 좀비 기업들이 속출하는데 올해 국내 대기업 인수합병은 두 달 전 삼성이 롯데에 화학 계열사를 넘긴 정도가 고작이다. 조선사와 건설사들은 해외에서 자기들끼리 저가(低價) 경쟁을 벌여 지금 조(兆) 단위 손실을 보며 퇴출 위기에 몰린 곳이 적지 않다.
우리 대기업들도 이제 경쟁력 없는 분야를 도려내고 잘하는 부문끼리 합치는 사업 재편에 나서야 한다. 재벌들이 문어발식 사업 전략을 고집하는 한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자리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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