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8일 관훈토론회에서 안철수 의원이 제안한 '혁신 전당대회'에 대해 "당권을 놓고 대결하고 분열하는 제안은 결단코 못 받는다"고 했다. 안 의원과 비주류 측의 사퇴 요구를 정면 거부한 것이다. 비주류의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사퇴했고, 다른 당직자들도 연쇄 사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노(親盧)·비노(非盧)로 나뉘어 대립해 온 야당이 급기야 분당(分黨) 국면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노동 개혁 법안과 경제 활성화 관련 법 처리를 거듭 요청한 데 대해 "이런 법 처리에 동조하는 것은 국민 앞에 차마 얼굴을 들 수 없는 일이며, 19대 국회에서 더 이상 임시국회는 없다"고 했다. 지난 2일 여야가 '경제활성화법과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을 9일 끝나는 정기국회에서 합의 처리하고, 노동 개혁 법안은 즉시 심사에 들어가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한다'고 약속했던 것을 6일 만에 백지화한 것이다. 반년 넘게 막장 집안싸움에 빠져 있는 야당이 이젠 19대 마지막 국회마저 걷어차 버리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이날 문 대표의 회견은 당내 계파 간 해묵은 싸움을 더 이상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재삼 확인시켰다. 문 대표는 안 의원과 비주류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그간 지적돼 온 친노 패권주의와 리더십·노선 문제에 대해선 강하게 반박했다. "당 밖의 신당 그룹 등과 함께 통합 전당대회가 이뤄질 경우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했지만, 이미 천정배 의원 등이 거부한 만큼 현실성 있는 대안은 아니었다. 오히려 야당 비주류는 구당(救黨)모임 등을 갖고 문 대표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이 때문에 안 의원과 비주류가 뛰쳐나가더라도 문 대표가 친노 세력을 중심으로 당을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비친다.
국민은 '혁신'이란 허울을 앞세운 문 대표와 안 의원 진영 간 주도권·지분 다툼에 신물이 나 있다. 그 사이 경제·안보와 관련된 국가적 현안이 표류하고 있는 것은 정말로 걱정스러운 일이다. 야당은 국회에서 노동 개혁 법안에 대한 심사 자체를 피하고 있고, 다른 쟁점 법안 협의도 대부분 겉돌고 있다. 여기에 임시국회까지 거부한 것은 법안 심사·처리 자체를 봉쇄한 것이며 원내 정당으로서 기본적 의무마저 저버린 행동이다.
원내대표가 여야 합의를 해도 정작 국회 표결에선 대표와 주류 의원들이 무더기 반대표를 던지는 게 야당의 현실이다. 당내 투쟁이 거세질수록 야당 지도부는 강성 투쟁으로 선명성을 과시하려 할 공산이 크다. 문 대표가 이날 노동 개혁 관련 법인 파견법과 기간제법을 "비정규직 양산법"이라고 반대한 것도 그 징후가 아닌지 우려스럽다.
야당이 편을 갈라 치고받는 사이 경제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국정의 골든타임은 흘러가고 있다. 야당은 나중에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문 대표와 안 의원은 내부 권력 싸움에 앞서 제1 야당으로서 국정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갈라서든 합치든 양쪽 모두 다음 총선에서 심판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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