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Netflix)로부터 시작된 인터넷 드라마 혁명의 여파로 수익 배분을 둘러싼 제작사와 스트리밍 업체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세계 최대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는 2013년 2월 자체 제작한 정치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를 출시하면서 세계 최초로 한 시즌 전체 방영분인 13개 에피소드를 한꺼번에 공개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인터넷 사용자들을 겨냥한 실험이었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한 장면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시리즈의 폭발적인 인기가 넷플릭스가 가입자 수를 늘리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은 물론, 같은해 9월에는 미국 방송계의 최대 축제인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큰 화제가 됐다. 방송사 채널을 통해 방영된 적이 없는 작품이 에미상을 수상한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었다.

훌루와 올액세스 등 넷플릭스의 경쟁 업체들도 동시 배포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넷플릭스 처럼 자체 제작 영상물 배급에 활용하기 보다는 방영이 끝난 인기 TV 시리즈의 모든 에피소드를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거나 아직 방영 중인 시리즈의 과거 방영분(시즌)을 함께 공개하는(‘스태킹’) 경우가 대부분이다.

디즈니와 21세기폭스, 컴캐스트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훌루는 지난 7월 시트콤 ‘사인펠드’(Seinfeld)의 9개 시즌 180개 에피소드에 대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인펠드는 1998년 방영된 최종회의 광고료가 30초당 200만달러(약 23억원)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종영된 지 17년이 됐지만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재방영 되면서 여전히 폭넓은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CBS는 얼마전 ‘스타트렉’ TV 시리즈를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인 올액세스를 통해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매달 5.99달러를 내고 유료 회원으로 가입해야 볼 수 있다.

문제는 방영 중인 TV 시리즈의 과거 에피소드를 방영권을 갖고 있는 케이블 업체들이 스트리밍 업체를 통해 함께 서비스 할 경우다.

제작사들은 과거 사인펠드와 스타트렉의 경우처럼 종영된 인기 시리즈의 재방송(rerun) 계약을 통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문제는 현재 방영 중인 시리즈의 과거 에피소드를 함께 서비스 할 경우 재방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에는 미국 케이블 업체 쇼타임이 인기 드라마 ‘홈랜드’의 지난 시즌 에피소드를 훌루를 통해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제작사 측은 해당 계약으로 돌아오는 몫은 전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이 같은 관행이 확산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케이블 채널 폭스의 경우도 방영권을 갖고 있는 콘텐츠를 훌루를 통해 서비스 할 경우 제작사에 별도의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디즈니의 경우에는 비슷한 경우에 발생하는 수익 일부를 제작사에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BS의 경우처럼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운영하는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도 제작사의 수익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거래 횟수가 늘어날 수록 제작사와 출연 배우들의 소속사에 떨어지는 수익이 많아지는 데, 계열사 간 거래가 될 경우 그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홈랜드’의 제작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우리는 홈랜드 제작을 통해 수익을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