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승려 담징이 그렸다고 전해지는 일본 호류지(法隆寺) 금당벽화에 대해 일본 문화청(文化廳)이 사상 처음으로 과학적인 종합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금당벽화는 66년 전 화재로 크게 훼손돼, 이후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고 호류지 수장고에 들어 있었다.
일본 문화청은 앞으로 3년에 걸쳐 첨단 과학을 동원해 벽화의 원래 모습을 분석하는 한편, 아사히신문과 공동으로 '보존활동 위원회'를 꾸려서 최적의 보존 방법을 탐색하기로 했다. 다시 일반에게 공개할 수 있는지 여부도 검토할 예정이다. 조사를 마치는 시점은 금당벽화가 훼손된 지 꼭 70년이 되는 2019년 1월로 잡고 있다. 벽화에 쓰인 안료의 성분을 분석하면, 고대 아시아의 해외 교류를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호류지는 서기 7세기 일본의 전설적인 명군인 쇼토쿠 태자가 건립한 사찰로 1993년 일본 문화재 중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됐다. 금당벽화가 특히 유명하다. 일본 최고(最古)의 벽화이자 인도 아잔타석굴, 중국 둔황 막고굴과 함께 세계적인 벽화 걸작으로 꼽힌다.
일본 정부는 이 벽화를 보존하기 위해 1934년 호류지 금당을 수리하고, 1940년 당대의 일류 화가를 불러 벽화를 모사하게 했다. 하지만 그 뒤 1949년 1월 호류지 금당에 원인 모를 불이 나 벽화 전체가 크게 손상됐다. 이후 호류지 금당벽화는 수장고 안에서 과학이 충분히 발달할 날을 기다려왔다. 일본은 호류지 화재를 계기로 문화재법을 만들었다.
고구려 승려 담징이 금당벽화를 그렸다고 전해지지만 한국 학계에서도 "단정하긴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본서기'에는 7세기 초 쇼토쿠 태자가 호류지를 건립했으나 원건물은 670년 큰불에 탔으며 이후 다시 지었다는 내용이 있다. 회화사 권위자인 안휘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담징이 일본에 건너간 게 610년이니 670년에 불에 타서 재건했다면 담징의 진작(眞作)일 가능성은 낮다. 다만 담징의 화풍이 부분적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누가 그렸다고 정확하게 밝힌 문헌이 남아 있지 않다"는 이유로 '작가 불명'이라고 본다.
입력 2015.11.13.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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