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예상과 달리 지난해 수능보다 어렵게 출제돼 과목별 원점수가 다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만점자 비율이 높았던 수학 B형(4.3%)과 영어(3.37%)가 올해 다소 어렵게 나왔고, 수학 A형과 국어 A형도 지난해보다 어렵게 출제되면서 수험생의 체감 난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쉬운 수능'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지난해의 '물수능(매우 쉬운 수능)' 논란을 피하기 위해 과목별로 2~3문제 이상 배치한 고난도 문제가 지난해보다 변별력을 높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험 전 기도 - 12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서울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국어 영역

문과 학생이 주로 응시하는 국어 B형은 매우 어렵게 출제됐던 지난해보다는 약간 쉬웠지만, 올해 6월·9월 모의 평가보다 어려워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難度)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과학 관련 지문을 제시한 문항과, 문법을 물은 문항이 까다로웠던 것으로 평가됐다. 국어 B형에서 중력·부력·항력에 관한 과학 제시문을 토대로 보기 지문의 해석을 묻고, 조선 세종 때 펴낸 '석보상절'로 중세 국어의 특징을 묻는 문항 등이 고난도 문항으로 꼽혔다. 김용진 동대부속여고 교사는 "국어 A형도 지레의 원리에 숨은 돌림힘의 개념을 제시하고 회전운동과의 관계를 물은 고난도 문항과, 라디오 대담으로 말하기 방식을 물은 신유형 문항 등이 나와 수험생들이 모의 평가보다 어렵게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첫 교시 국어 영역이 어렵게 출제되자 당황한 수험생들은 이후의 수학·영어 영역도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화법·작문·문학 관련 문제는 대체로 평이했지만 A형과 B형 모두 과학 관련 지문이 까다롭게 나와 변별력 있는 문제들이 출제됐다"고 말했다. 입시기관들이 예측한 1등급 커트라인은 국어 A형 96점, 국어 B형 93~94점이다. 국어 A형은 지난해 수능보다 1점 낮아지고, 국어 B형은 2~3점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학 영역

자연계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B형은 지난해보다 어려웠다고 현장 교사들과 입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지난해 수학 B형은 만점자 비율이 4.3%에 달해 역대 최고 '물수능'이란 말이 나왔다. 김태균 충남고 교사는 "수학 B형에서 벡터의 궤적, 삼각함수 등을 활용해 최댓값을 구하는 주관식 문제와, 미적분 문제 등은 평소 공식만 외운 학생들은 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 A형 문제 가운데 조합의 수를 묻는 문제와 수학적 귀납법을 이용한 빈칸 추론 문제는 지난해 수능엔 출제되지 않았던 유형이다. 입시기관들이 예측한 1등급 커트라인은 수학 A형 94~96점, 수학 B형 96점이다. 수학 A형은 지난해 수능보다 같거나 2점 낮아지고, 수학 B형은 4점이 낮아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예상됐다. 조만기 판곡고 교사는 "A·B형 모두 작년보다 변별력을 확보해 문제를 푸는 데 시간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은 수험생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영어 영역

영어 역시 만점자 비율(3.37%)이 높았던 지난해보다 어렵게 출제됐다. 교육방송(EBS) 교재 및 강의 연계율은 약 70%로 평가됐다. 김혜남 문일고 교사는 "듣기·말하기 영역이 88%, 읽기·쓰기가 54% 등 영어 문제 전체의 EBS 연계율은 73%"라고 말했다.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EBS 연계 문항 가운데 일부는 교재에 나온 지문과 주제는 비슷하지만 다른 지문을 활용해 출제했다고 밝혔다. EBS 교재의 지문을 암기해 정답을 맞히는 부작용을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이처럼 EBS 교재 지문을 그대로 인용해 출제한 문제가 줄자 수험생들이 어렵게 느꼈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입시 기관들이 예측한 1등급 커트라인은 93~94점으로 지난해(98점)보다 4~5점 낮다.

◇탐구 영역

과학탐구와 사회탐구는 전반적으로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으나 일부 과목은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고 입시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예컨대 과학탐구의 생명과학1과 사회탐구의 한국지리가 지난해보다 어려웠던 것으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