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은 지난 29일 "한국과 미국 정부가 고고도(高高度)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양국 정부가 즉각 "공식 논의가 없었고 아무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자 이 회사는 하루 만에 말을 바꾸어 "양국 간 논의를 모른다"고 발뺌했다.
록히드마틴은 최대 탐지 거리 1000~1800㎞ 지상 레이더로 미사일 발사를 탐지해 고도 40~150㎞에서 요격하는 사드(THAAD)를 개발한 회사다. 31일 한·중 정상회담, 1일 한·중·일 정상회담, 2일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과 한민구 국방장관 간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서 사드 개발 회사가 공식 발표를 이랬다저랬다 바꾸는 쇼를 한 것이다.
록히드마틴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갖고 있는 정치적 민감성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대중(對中) 전략에서 차지하는 의미도 잘 알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회사는 지난 4월엔 "미국과 한국에 사드 관련 정보를 제공해 오고 있다"는 정보를 언론에 흘리기도 했다. 경솔하기 그지없는 행동들이다.
미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올 3월 주한 미군 사령부는 "사드 시스템이 배치될 가능성이 있는 장소를 찾기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 후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이를 즉각 부인했다. 4월엔 새뮤얼 라클리어 미 태평양 사령관이 "괌에 이어 한반도에 사드 배치를 논의 중"이라고 했지만 역시 미국 정부가 부인했다. 미국 정부와 무기 회사가 '배치 발언'으로 한국의 의중을 떠본 뒤 부인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들었다 놨다 하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사드 배치 문제가 해결될 턱이 없다. 한·미 양국은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며 진지하게 협의해 현명한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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